▲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포스텍은 최근 포항 연일읍 적계못에서 유니스트(울산과기원)를 초청해 친선 조정경기를 가졌다. 이날 경기에는 양교 총장과 구성원들의 열띤 응원과 함께 열려 유니스트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신 대학 때 조정선수였던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배려와 협력의 상징인 조정경기를 통해서 우의를 다지고 서로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왜 영남권 대학들에서 특히 과학기술대학들이 갑자기 조정붐이 일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실상 조정경기는 체력 정신력 화합 리더십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종합 스포츠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 영국 등 선진 대학에선 조정경기에서 그 대학의 프라이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 과학기술원)가 전국대학조정대회를 2연패하고 최근 열린 제1회 부산광역시 조정협회장배 비치 조정선수권대회에서 남여 대학부 6종목에서 전관왕을 차지하며 우승한 것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대학 중 가장 어리고 가장 작은 대학인 디지스트의 조정부 수준이 국가대표급의 실력을 닦은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배울 수 있다.

디지스트가 4년 전에 전국대학조정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때만해도 대학조정의 전통 강호인 연세대나 고려대, 서울대 등 수도권 강팀들을 꺾고 우승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부학생이 1천명도 안 되는 디지스트가 학생수 수만 명의 대형 대학들과의 경기는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였다.

그러나 우리는 다윗의 승리에서 한국 대학, 아니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생각케 한다.

우선 디지스트가 교육철학인 작지만 융복합을 통해 강할 수 있다는 신념을 길렀다고 한다.

최근 포스텍이 무학과로 전체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나 디지스트는 전 학년을 통해서 무학과로 교육을 시키는 철학은 사실상 작지만 강한 융복합형 인재를 키우는데 맥을 같이한다. 융복합형 인재는 아마도 강소국인 한국교육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과 과학적 훈련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유학시절에 조정을 배운 인수일 교수가 지도교수를 맡았고 최정상급 훈련 시스템을 도입하고 열정적인 훈련을 하였다고 한다.

이것도 한국대학이 가야 할 길이다. 아직 과학 노벨상 하나 없는 척박한 현실에서 우리가 가진 건 열정과 최정상급 교육시스템일 것이다. 대학의 환경은 필자가 공부하던 40여 년 전보다 많이 나아진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놓여 있다.

조정경기는 한국대학의 세계화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디지스트는 3년 전부터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를 매년 여름방학기간 중 주최하고 있는데 케임브리지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중국 홍콩과기대, 호주 시드니대, 미국 하버드대, 미국 MIT 등 6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7개 팀 선수가 연 100여 명씩 참가해 낙동강에서 대규모 대회를 열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세계 최일류대학인 이런 대학들이 한국의 대학들과 어울려 조정 한마당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한국대학과 한국을 세계 젊은이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학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각 대학 선수들을 고루 섞어서 팀을 구성한 융합 팀이 12km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에서 수상마라톤 대회라고 하는데 세계적으로도 최초로 시도하는 경기 방식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의 엘리트 대학들이 서로 협동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국의 엘리트 대학들이 세계의 엘리트 대학과 어울리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세계의 과학과 공학을 함께 리드하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멋지다.

그러한 상상이 이제 조정경기를 통해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세계 명문대 `교수 조정경기`대회는 어떨까 하는 상상이 미소를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