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요즘 필자는 님비(NIMBY) 현상이 무엇인지를 실감하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님비는 쓰레기장이나 핵폐기장, 원자력 발전소와 같이 공해나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시설물의 설치에 대해서, 그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자기 주거 지역에서만은 안 된다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나 경향”이라고 나온다. 이 정의 그대로 우리 아파트에서는 두 동이 쓰레기장의 위치를 두고 서로 싸우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이 쓰레기장을 두고 싸우는 이유는 다른 동에는 쓰레기장이 한 개씩 설치되어 있는데 한 동(A동)에는 쓰레기장이 두 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파트 앞쪽이고 다른 하나는 뒤쪽이다. 문제는 방이 있는 쪽에 설치된 쓰레기장이다. 이 아파트는 작년 12월에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 4베이 형이라 안방, 거실, 그리고 방 2개가 모두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A동의 1층에 사는 주민은 입주 초기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시행사측에 문의를 해서 방 앞쪽으로 설치된 쓰레기장이 옆동 (B동)의 쓰레기장이며 잘못 설치되었기 때문에 무료로 철거나 이동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 입주자대표자 회의에도 참가해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고, 8월 말에 입대위는 잘못 설치된 쓰레기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쓰레기장을 이동할 곳이 마땅치 않고, 아파트 전체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철거가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는 B동 대표도 찬성을 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문제의 쓰레기장을 주로 사용하는 옆 동(B동)의 1, 2라인 세대 주민들이 분노를 했다. 인터넷 카페와 입대위 회의에서 왜 우리 동 쓰레기장을 철거하려고 하느냐고 항의하고, 두 개가 있는 것이 문제라면 A동 뒤쪽에 있는 쓰레기장을 철거하라고 항의했다. 두 동의 몇몇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항의글과 댓글로 서로 싸웠다.

그런데 아파트의 쓰레기장은 공동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나 이동을 하려면 아파트 전체의 소유자의 2/3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A동의 동대표와 주민들은 B동 주민들이 너무 거칠게 항의를 하기 때문에 철거, 존치 이 두 개 항목에 이동도 추가해서 다시 동의서를 받는 것을 재심의 하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재심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입대위 투표가 부결이 되면서 철거와 존치 둘 중 하나에 동의하는 것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이 건은 아파트 소유자의 2/3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제는 A동 사람들이 분노했다. 주민들은 왜 이동 항목을 넣어서 동의서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재심의를 하지 않았는지 따졌고, 재심의 결정투표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A동 주민들은 구청에 전화해서 재심의 투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고, 입대위원장을 만나서 의결과정의 문제에 대해서 집단으로 항의하였다.

두 동 주민들의 싸움은 아파트 커뮤니티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총 8개 동 중 4개 동의 동대표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들이 사임을 한 이유는 두 동간의 분쟁이었다. 이를 이유로 다른 두 동의 대표들이 사임을 하였고, A동의 대표도 사임을 결심했다. 한 동은 처음부터 대표가 없었다. 모든 아파트의 의사결정은 동 대표 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데, 동대표들의 사임으로 의사결정 정족수를 충족하기 어렵게 되었다.

현재 입대위원장은 타협안을 내놓고 주민들 간의 분쟁을 중재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A동과 B동 주민들을 불러 이동과 존치로 주민 투표를 할 것에 대해서 서로 협의해보라고 말했다. A동 주민들은 쓰레기장 때문에 자기 동이 저평가 되고 있다며 빨리 이동되기를 원한다. B동 주민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면 불편하고 없던 쓰레기장이 설치되기 때문에 이동을 원치 않는다. 과연 이 쓰레기장은 어떻게 될까? 그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