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만 수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되자

급훈 달면서

와글와글 1학년 교실벽

교탁 밟고 올라서서

못을 박으면

보이는구나

숫기 없는 얼굴들이 희망

군데군데 뚫린 못구멍마다

보이는구나 좋은 세상

걸찍한 급훈

손바닥 찡하게 돌로 박으며

쓸쓸히 바람이 눕는 어둠의 땅

창 밖을 보면

들리는구나 창을 넘어

정지기밥머겨주나

정지기밥머겨주나

벽을 넘어 들리는구나

필자가 문단에 나서게 된 등단 작품이기도 하고 첫 시집에 실린 작품이다. 교단에 서면서 아이들에게 정직과 용기라는 가치를 심어주고 싶어서 필자는 해가 바뀌고 학년이 바뀔 때마다 정직하고 용기있는 사람되자라는 급훈이 적힌 액자를 옮겨 달곤 했다. 정직과 진정한 용기가 통하는 세상을 바라며 교육현장에서 정직과 용기의 가치를 가르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정직하면 손해를 보고 용기를 가지면 어려움을 당하는 불구의 세상에 대한 야유와 안타까움이 배어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