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필자의 지난 칼럼들은 사회적인 측면과 사회 문화에 초점을 두었다. 오늘은 필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눌까 한다.

필자는 올해 초 `은퇴`하기 전까지 필자의 대학시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했었고, 그 때로 돌아가서 영원히 머물러 있고 싶어했었다. 대학생은 법적인 성인의 특권과 자유를 누리면서도 성인들이 짊어지는 가족이나 자신을 부양해야 할 의무에서도 면제되어 사는 것을 즐기고 싶은 `얌체`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은퇴하고 보니 훨씬 더 좋은 황금기를 즐기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지금 시점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자유 때문이다.

이제는 내 자녀들도 성장하여 독립했으니 자녀 양육의 짐에서 벗어났고 국가 사회보장제도와 내가 저축한 것으로 `먹고 살 것`과 건강보험은 보장되어 있고 목숨과 같은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으니 과연 황금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회고해 보니 나는 평생 황금기를 누리며 살아온 행운아 임을 최근 깨달았다.

한국전쟁 직전에 태어나 전쟁 기억도 없고 자라는 동안 나라 전체가 가난했으니 내가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았고 학업 성적과 학벌이 목숨 같이 중요한 사회에서 걱정 없이 지내다가 1970년 중반에 20대 젊은 나이로 당시 세계 최강국인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녀들 낳고 혈기 있게 35년을 살았다.

생각해 보니 지나간 매 시기가 나에게 `황금기`였다. 지난 7년간 한국에서의 생활도 황금기였다. 내 인생에서 그처럼 강한 목적을 갖고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터득하기를 즐기는 나는 미국에서 대학생들에게 경제와 비즈니스를 가르치다가 우수한 한국 공과대학 학생들에게 영어로 경제와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새 경험을 즐겼다. 공과대학에서 내가 좋아했던 과학과 공학에 대해 내 능력이 부족하지만 겉이라도 맛 볼 수 있는 기회는 내게 무척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그곳에서 몇 년간 혁신교육에 대해 연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도 했고, 다시 공부한다면 교육학을 하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혁신교육 연구를 하면서 교육학은 물론, 심리학, 사회학, 역사, 인류학, 과학, 공학 전반을 아우르는 다제적 연구를 즐겼다.사람의 신체를 독립적으로 주로 다루는 의학에 비해 교육은 지성, 감성, 영성까지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전인을 다룬다. 또한 교육은 사회문화의 산물인 만큼 사회적 요소를 고려하여 교육해야 하고 또 교육이 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교육은 자라는 세대들이 미래사회를 위하여 대비하도록 하는 수단이므로 교수들은 미래 기술과 산업, 그리고 미래의 사회 변화를 잘 주시해야 하고 학생들을 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은퇴하고 나의 제2의 고향 미국으로 돌아와 요즈음은 아침, 저녁에 어린 손자 손녀들과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같이 보내는 희열을 맛보고 있다.

정기적으로 운동도 한다.

수영, 걷기, 댄스 등을 하면 신체 건강 못지 않게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인터넷으로 홍수와 같이 쏟아지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읽으면서 은퇴 하기 잘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품기도 한다. 특히`페북`을 통한 다양한 정보 공유, 의견 교환은 공통 관심사와 목적을 가진 사람들 간에 찬반의견을 나누며 배우는 맛을 즐기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나를 20여 년 길러 주신 부모님, 나와 지금까지 40여 년 인생의 겸허한 반려자인 내 아내가 내 `황금 인생`의 최대의 공로자들이다. 한 가지 불안은 앞으로의 건강이다. 건강이 나이와 함께 약해지는 것은 불가항력이겠으나 아직은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니 나는 행운아다.

은퇴하고도 쉬는 시간없이 뱅뱅 돌아가며 세월이 간다.

빠르게 짧아지는 인생이 아쉽기도 하지만 의미있는 일을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은퇴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