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섭

새하얀 눈밭에

새들의 발자국 몇 남아 시리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가끔씩 땅 위에 자취를 남기는데

한 번도 날아본 적 없는

나는 이 세상길에 얼마나 많은 발자국을

남겨 왔을까

한 점 모이를 위해 새들은

가끔씩 땅 위에 내려왔지만

나는 이제껏 무엇을 바라

어느 길로 어떻게 걸어 왔던가

문득 그 먼 길 돌아다보면

아직도 녹지 않은 기억의 골짜기 잔설 위로

푸르고 시린 숱한 발자취

어지러이 흩어져 있음을 본다

눈 내린 아침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보며 시인은 자신을 돌아보며 깊은 침잠과 성찰에 빠져들고 있음을 본다. 이제껏 무엇을 추구하며 어떤 생의 길을 걸어왔는가라는 것을 자문하면서 아직도 자신이 꿈꾸고 추구해온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푸르고 시린 발자취를 찍으며 눈밭을 걸어가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