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7일 `조직혁신` 차원에서 현역의원 4명을 포함해 총 62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당무감사 결과를 내놨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 대구 북을 양명모 당협위원장을 제외하면 대구·경북(TK)에서는 현역의원을 포함해 모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홍준표 대표가 취임한 후 줄곧 강조해온 혁신의 일환이라는 명분이지만 한국당의 진짜 변화와 도전은 지금부터라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이날 발표에서 현역 서청원(경기 화성갑), 유기준(부산 서·동), 배덕광(부산 해운대을), 엄용수(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의 당협위원장직 박탈을 결정했다. TK지역에서 당협위원장이 없는 곳은 대구 북을과 한국당을 탈당하고 대한애국당을 창당한 조원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 2곳뿐이다. 당무감사위는 TK지역에서 현역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당 지도부의 주문사항을 잘 이행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 관계자의 말처럼 TK지역에 대한 한국당의 이번 결정은 개혁성보다는 객관성 확보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무리하게 현역의원들을 교체했다가 계파갈등으로 번질 위험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석인 대구 북을에는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효상 의원이, 대구 달서병에는 홍 대표가 당협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풍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TK지역과 달리 전국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안정보다는 혁신에 무게를 실은 흔적이 역력하다. 규모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급력이 큰 당협위원장이 상당수 교체 권고대상에 포함됐다. 당 지도부인 류여해 최고위원(서울 서초구갑)은 물론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김희정(부산 연제구)·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전하진(경기 성남시분당구을) 등 인지도가 높은 당협위원장도 상당수 교체대상 목록에 올랐다.

당사자들의 저항 등 후폭풍을 소화하는 문제를 비롯해서 한국당이 헤쳐가야 할 길은 이제부터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개혁바람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의 관건이다. 기존 웰빙정당, 보수꼴통의 이미지를 그냥 둔 채로 그저 친홍(친홍준표)계로의 물갈이만을 탐닉한다는 비판을 받을 경우 역풍 사달이 날 공산도 얼마든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체질개선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관성에 발목이 잡혀 사사건건 정부여당을 물어뜯는 데만 몰두하는 케케묵은 야당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비판에 냉정한 이성이 변함없이 작동하는 `대안정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건전한 정책경쟁으로 민심에 다가서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과거의 패거리 정치행태부터 확실하게 바꿔내야 한다. 보수정치의 중심에서 감동적인 혁신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한국당의 변신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