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산업이 자동차다. 고용유발효과로는 단연 으뜸이다. 이런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사드(THAAD)로 인한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되면서 자동차 업종 주가가 좀 반등을 하는가 싶더니 다시 주저앉았다. 기대만큼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근본적인 문제가 외교적 분쟁이라기보다는 중국 현지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조공을 받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기술을 상납받기 원한다. 한국업체들도 중국에서 합작한 로컬업체들에게 기술이전을 많이 해 주었다. 그 결과 중국 로컬업체들이 예상외로 빠르게 성장하여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심지어 일본업체들의 점유율도 갉아먹을 정도다.

한편 중국정부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를 현재 19만개에서 2020년까지 480만개로 늘리는 등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이다. 지금 그들은 전기차 기술을 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업체들은 이 부문에서 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국시장에서의 형편은 어떨까? 미국 자동차 수요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 미국정부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동차 수요는 더 위축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큰 차를 좋아한다.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형차 수요는 계속 외면받고 있다. 소형차를 팔아야 하는 우리들은 일본업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를 절하시키는 반면 한국정부는 민생을 위해 수입물가를 안정시키려고 원화절상을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환율조차 일본업체에 비해 불리하다.

국내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성 측면에서 국내시장이 가장 높다. 어느 나라 업체나 마찬가지다. 정비망이나 판매망이 수입업체에 비해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수입업체들도 누적 판매대수가 늘어나면서 과거보다는 이런 판매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었고, 그 덕분에 가격을 한국산 차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내리고 있다. 그나마 폭스바겐이 스캔들로 인해 판매를 못하는 것이 다행이다. 그 결과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년비 8.9% 감소했다. 이렇게 영업 성과가 부진함에도 종업원은 월급을 모두 받고 이익의 3분의1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노동생산성을 감안할 때 현대차 노동근로자들의 급여는 글로벌 업체에 비해 적지 않다. 이익은 기본적으로 주주의 것이고, 그 다음에 이해관계자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인데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다. 우리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런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이런 곳에서 무슨 투자를 한다는 말인가?

종업원들이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데는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동 한전부지를 비싸게 사 주는 등 과거 종업원들에게 돌려줄 성과급을 남용했으니 지금 내 놓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을 잃어버린 주체는 주주들 아니었나? 그리고 종업원이 이렇게 돈에 연연해 한다는 것은 경영진이 종업원들에게 꿈을 주는데 실패했다는 증거다. 이런 곳에서 무슨 창조가 있을까? 우리가 자동차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현대차가 과거 승승장구한 배경에는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이 남양연구소로 가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던 놀라운 생산성 덕분으로 생각된다. 누가 따라올 수 있었을까? 그러나 이제 자동차 업계로 그런 우수한 인재들이 가는지, 또 종업원들도 기업에 헌신적일지 의문이다.

결국 지금 현대차의 주가수익배율(PER)이 8배로 투자에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실망스런 요인을 감안할 때 주가가 싸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