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래DGIST 교수
반도체 호황이 2017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3%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유독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이룬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나타냈다. 반도체 착시 현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올해 우리 경제가 어떠하였을까?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쌍끌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매출 19조9천100억원, 영업이익 9조9천600억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나타냈다. 4분기에 20조 매출, 10조 영업이익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꺾고 공식적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는 디램과 NAND 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 2016년 한 해 17조2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굴지의 대기업으로 자리잡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도시바의 메모리 부분을 인수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세계 반도체산업의 강자로 등장했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견인하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반도체에 투자하여 1984년 256K디램을 개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3년으로 단축했다. 1986년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1메가 디램을 개발해 그 격차를 1년으로 줄였고, 1992년 16메가 디램 개발로 드디어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 이후 삼성전자는 2003년 플래쉬 메모리 매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눈부신 기술혁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기업만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G7 연구개발사업을 1992년부터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포함시키고 삼성전자, 현대전자 (SK하이닉스 전신), LG전자 등과 국책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이 협력하여 256메가 디램을 개발하였다. G7사업은 전략적 연구개발을 통해서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태어난 대형 정부 연구개발 사업이었다.

2017년 말 현재 반도체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는데,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반도체 호황 이후를 예측해 보자.

많은 기술혁신학자들은 기술혁신이 50년 주기 장기 경기순환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기술혁신이 급진적일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는 현대의 대표적인 기술혁신 제품이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 1.5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인텔 창업자 무어의 법칙이 나온 것만 봐도 그렇다.

반도체 부문의 혁신과 성장은 필연적으로 반도체 제품의 가격 하락을 가져온다. 2006년 2기가 플래쉬 메모리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무려 60% 하락했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반도체 관련 기술 인력의 수요를 급증시키고, 임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관련 기술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반도체 부문 기술인력의 부족은 임금 상승과 함께 산업 전체에서 노동을 절약하려는 혁신을 유발할 것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스마트화를 더 절박하게 추진할 것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 산업의 자본집약도가 더 높아지고, 고용은 더 낮아져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반도체 호황만으로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실업 문제나 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실업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문 이외 부문에서도 파괴력을 가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나 기업 모두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하게 지속하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고양한다면 국민경제 전체의 혁신과 고용이 모두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