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택 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사이가 벌어져 있거나 틈이 생기는 곳을 닫고 여미기 위해 단추를 단다. 시인은 민들레라는 꽃단추에 주목하고 있음을 본다. 지상과 지하,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들이나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모두 의미있는 생명들의 존재방식이고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 생명들이 피고 지는 시간 사이의 운명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참참한 언어로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