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정상 복귀까지 지원
재난지원금도 신속 지급키로

▲ 13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3리 새마을복지관 공터에 마련된 임시주택에 이주한 지진피해 이재민이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대충 급한 불은 꺼진 것 같은데,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요”

13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3리 마을회관 옆 공터에 자리를 잡은 조립식 임시주택 5채에는 상하수도관과 전기배선 등 기반시설 조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입주 대상 이재민들이 본격적으로 짐을 풀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좁은 주택 내부 공간처럼 임시주택들끼리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함께 수십 년을 보내온 고향 이웃들인지라 이들 사이에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이 곳의 이재민 중에는 혼자 단독 가구로 입주한 경우도 있었고 노부부로 이뤄진 2인 가구도 있었지만, 3대가 거주하는 곳도 두 곳이나 돼 얼핏 보기에도 불편한 생활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준예(69·여)씨도 3대가 함께 5.5평 정도의 조립식 임시주택으로 온 경우. 한파 탓에 일찍부터 보일러를 작동시켜 놓은 듯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찬 임시주택에서 만난 이씨는 우선 국가유공자인 남편을 비롯한 5명의 가족이 이곳에 머물 생각에 걱정이 많다. 공간이 너무 좁아 세탁기나 냉장고를 들이기는커녕 다 같이 몸을 누이기도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이씨만이라도 다른 친인척의 집에 따로 신세를 질 생각이다.

“내가 아파트 생활을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이것저것 바쁘게 정리하다 좀 늦게 이주를 신청하러 가보니 먼 남구 쪽 아파트밖에 안 남았더라고. 평생 살 것도 아니고 길어야 일이 년인데 중학교와 초등학교 다니는 손주들을 전학시킬 수도 없고, 그 먼 거리를 매일 통학시키기도 그렇고 임시주택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손주들 학교 걱정에 임시주택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래 살고 있던 성곡3리 319번지 집은 지진으로 파손돼 소위 `빨간딱지`가 붙은 상황이지만, 아직 집안 집기에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그 많은 짐을 옮길 장소도 마땅치 않은데다 길이 좁아 큰 차가 들어갈 수도 없어 일일이 사람 힘으로 옮기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거처 없는 이재민 생활을 하다 그나마 임시주택이라도 들어오니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할 여유는 된다”며 “빨리 집을 새로 지어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립식 임시주택도 입주 속속
5.5평 공간서 3대 함께 살기도

피해시설 100% 응급조치
각계 도움 답지, 안정 찾아가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유례없는 5.4 규모의 지진이 포항을 휩쓴 지 한 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비롯해 규모 5.8의 경주지진보다 오히려 5배가 넘는 피해, 액상화 현상과 지열발전소 문제 등 각종 논란 속에서 포항은 전 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바탕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내 왔다.

어찌 보면 한 달이란 시간은 지진으로부터의 충격과 흔적을 모두 지우기에 턱도 없이 부족해 보이지만, 발 빠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로 재해복구에 힘이 실리며 시와 중앙정부, 자원봉사자 등 각종 단체와 개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포항시는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우선 지진 초기 1천800명에 달했던 이재민은 현재 대부분이 이주하거나 본 거주지로 복귀해 지금은 500여명이 흥해실내체육관과 독도체험수련관 등에 남아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시는 이들 이재민에 대해 주거대책 지원 방안을 계속 고민하는 한편, 정상생활 복귀 시까지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재산 측면에서 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확정해 발표한 지진 피해액은 546억1천800만원. 구체적으로 공공시설 321건에 252억4천만원, 사유시설 2만7천535건에 293억7천800만원의 피해가 났다. 이 중 시설에 대한 응급조치는 공공시설과 사유시설 가릴 것 없이 100% 완료됐다. 공공시설 404곳과 사유시설 30만878곳 전부에 대해 전파는 통제 안전조치를, 반파는 낙하물과 콘크리트 잔해물 제거를, 소파는 가재도구정리를 시행했다.

전국에서 보내온 온정 역시 이재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성금의 경우 346억여원을 기록하고 있고, 지진 이후 2만6천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총 10만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도움의 손길을 내비쳤다.

이후 포항시의 계획은 빠른 복구와 이재민의 정상생활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구계획을 확정해 예산확보 및 항구복구 시행에 나서고, 사유시설피해와 관련해서는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해 이재민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또한 지진 관련 제도와 규제에 대해 개선사항을 발굴 및 건의하는 등 지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르게 바빴지만, 앞으로의 일이 그에 못지않게 더욱 중요하다”며 “시민의 안전과 정상적인 생활 복구에 최우선을 두고 크게는 포항 전체의 경제 활성화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발생 한달 (12월13일 집계)

대피소 이재민수 500여명
지진피해액 546억
응급조치 100% 완료
성금 모금액 346억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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