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캄캄한 골방은 어디로 갔을까 캄캄한 할아버지는

캄캄한 기침소리와 캄캄한 고리짝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

지나가버린 옛 시간 속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시인은 그 옛 시간들 속에 존재했던 것들을 하나씩 호명하고 있다. 물론 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나가버린 것들이다. 그러나 간절한 목소리로 그들을 부르는 시인의 따스한 목소리를 듣는다. 반문명적인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