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필자는 최근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이 수업은 주로 고학년생들이 많은 재수강반이다. 이 여학생도 대학교 4학년 2학기로 내년 3월이면 졸업을 하게 된다. 두 번 정도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만날 때마다 학생의 고민은 취업이다. 이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계상으로는 여자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게 나오는 현실과 괴리감을 느꼈다.

지금이 취업 시즌이라 이 여학생은 여러 군데 원서를 넣었는데, 모두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 전공이 산업공학인 것이 취업에 걸림돌인 것 같다고 원인 분석을 한다. 전공이 공학이기 때문에 취직을 하면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데, 회사 측에서는 여성이 현장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현장-공장이나 작업장은 남성 노동자들이 압도적인 다수인데, 여성이 이들을 관리감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노동자들이 여자 감독자의 말을 순순히 따라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통제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같은 과 남학생이 우리 이야기에 끼어든다. 남학생은 여자가 하기에는 공장일이 육체적으로도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가 많이 힘드냐고 물어보니까, 여학생 본인도 공장은 육체노동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힘들다고 대답한다. 결국, 여성들은 성격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남성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남자 위주의 산업장이나 공사장에서는 일하기 힘들고, 이 때문에 회사에서는 여성들을 채용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만 들은 것은 아니다.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은 학교의 취업진로지도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해마다 하는 취업 박람회장에서 우연히 이 학생을 만났는데, 필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회사에서 취업진로센터로 연락이 오는데 대부분 남학생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센터에서 여학생을 추천하면 남학생 없냐고 물어본다고 한다.

이 학생은 여학생으로 “취업이 너무 남자 위주로 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이러한 상황은 언론보도에서도 확인된다. 한 신문사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사람인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유리한 성별로 74.2%가 `남성`을 꼽아 `여성`을 꼽은 25.9%와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여성 취업자들의 우려가 막연한 짐작이 아닌 엄연한 현실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현재 여자 공대생은 2015년 기준으로 10만명이 넘는다. 또한 교육부에서도 여성공학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입학과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중 하나로 교육부는 한국연구재단과 함께 2016년부터 여성공학도 양성을 위해서 3년간 8개 대학을 선정하여 3년간 대학별로 최대 10억까지 총 1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여성 공학도 양성에 신경을 쓰는 것은 현재 공학생수로는 2025년에는 25만명의 공학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공학인력으로는 이러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여학생들의 공대 입학을 장려하고 여성 공학 인력의 수를 늘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필자의 학생만 해도 설비기사 자격증도 따고 취업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하였다. 하지만 이 학생은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현장에서 실천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옆의 남학생은 `올리브 영`에 1년짜리 비정규직 자리가 있으니 거기에 지원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여학생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커 보인다. 이 학생이 올해 안에 자신의 전공을 살릴 곳으로 취직될 수 있을지 바라보는 필자도 마음이 답답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