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고꾸라지고 엎어지며 바닥에 닿고 보니

온통 캄캄하고 질퍽한 뻘 흙뿐이로구나

그것들, 치마폭 벌려 포옥 감싸 안는 뻘 흙들

너무 안타까운지 저도 혀 끌끌 차고 있다

바닥에 이르러 보니 거기는 캄캄하고 질퍽한 뻘 흙같은 절망의 상황이었음을 인지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 피하지 않고 그 절망의 무늬들과 무게들을 감싸 안는 여유와 포용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현실이 추레하고 비극적이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피하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