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시가지를 걷다 보면 유독 유리창이 많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유리창은 3중 유리창으로, 낮동안 실내로 들어오는 일조량을 늘리는 효과와 함께 실내에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Zero Energy)` 공동주택 실증단지를 방문했다.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조성된 제로에너지 주택은 국토교통부가 에너지 비용 제로화를 목표로 493억원을 투입한 에너지 자립구조 주택이다. 집은 첨단 단열공법을 활용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설계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 성공하려면 여기저기에 에너지자립 마을과 에너지자립 아파트가 많이 생겨야 한다”며 “여기 노원구에 있는 에너지제로 주택이 첫 모델을 아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도시 포항 만들기

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
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4.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과거와 현재
5. 에너지 미래, 시민참여가 우선돼야

독일, 2009년부터 모든 건물 건축
에너지 낭비 최소화·절약 최대화한
`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설계해야 허가

정부의 꼼꼼한 정책·지원과
시민 의식 변화·기업 투자 참여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확대 해야

□ 에너지는 생산보다 지켜야

`패시브 하우스`는 단어 그대로 `수동적인 집`이라는 의미가 있다.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액티브 하우스는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자가발전을 이루는 집이다. 주로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액티브 솔라하우스라고도 불린다. 지붕에 태양전지나 반사경을 설치하고, 축열조를 설계해 태양열과 지열을 저장한 후 난방이나 온수시스템에 활용한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형태로, 최근에는 풍력이나 바이오메스 등 에너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화석연료처럼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친환경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패시브 하우스란 무엇일까.

쉽게 말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만들어진 건축물을 말한다. 무엇을 생산해내는 능동적인 뜻이 아닌, 기존에 만들어진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하고 보관하는 의미다.

남향으로 지어져 햇볕을 많이 받으며, 일반 단열재보다 최대 3배가 두꺼운 단열재와 단열에 효과적인 3중 유리창 등을 건축물에 적용한다. 궁극적으로는 난방과 함께 실외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1991년 독일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역시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다.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신축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로 설계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다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강제성을 부과했다. 물론, 패시브 하우스가 장기적으로는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심재생사업과 재개발·건축 등을 통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예전에 지어진 건축물도 패시브 하우스로 개축돼 있다.

예를 들어 두세 시간의 난방 이후 훈훈한 열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면, 굳이 밤새도록 난방기구를 돌릴 필요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겨울철 칼바람 등 외풍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역시나 보일러나 전기장판을 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반대로 여름철에도 마찬가지다. 단열재를 통해 외부의 열을 차단함으로써 냉방기구 사용량을 줄인다. 특히, 내부 환기장치를 이용한다면 한겨울에도 난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실내온도를 약 20℃로 유지할 수 있으며, 한여름에는 냉방시설을 사용하지 않아도 약 26℃의 실내온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패시브 하우스가 그 역할을 한다.

에너지자립도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이는 `속 빈 강정`과 같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00%로 맞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적 금액과 시간 등이 소요될 게 뻔하다. 전기를 생산함과 동시에 만들어진 전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수적인 요건들이 필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패시브 하우스는 이러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자립`이라고 할 것이며, 에너지로부터의 `독립`일 것이다.
 

▲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해 지어진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구조의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주택단지. 프랑크푸르트시는 지난 2009년부터 신규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 구조로 설계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해 지어진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구조의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주택단지. 프랑크푸르트시는 지난 2009년부터 신규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 구조로 설계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 에너지 절약은 신재생에너지와 상승효과

대한민국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피의 성장에만 집중되고 있다. 발전소만 간헐적으로 지어졌을 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타의 장치들이 부족하다. 히트펌프, 열저장시스템 등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에너지 저장시설을 이용하게 되면 53% 수준의 전기에너지 자가 생산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추가 역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오는 2030년 총 전력량 중 20%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되더라도 실제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비싸진 전기료가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며, 정부의 지원을 받은 관련 기업들만 배를 불리는 전형이 될 것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시민들의 의식 변화다. 정부의 수많은 지원도 물론 선행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사업은 지자체 측면에서도 지역 내의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관련 사업이 발전하면서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존 에너지를 수입해오면서 시외로 유출되던 자금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은 탄소 배출량 감소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에너지 사용량 감소는 개발 단계를 넘어 난방 부분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해서는 가장 먼저,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가전제품이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제품은 에너지 소비효율이나 사용량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눈 라벨(label)을 부착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1등급은 5등급과 비교해 약 30%~40%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아직 일상에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비싼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보다 비교적 저렴한 아래 단계를 구매하고 있지만,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도 국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역시나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 초기 투자 비용은 구매자에게 큰 고심 거리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는 확대 보급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 시기를 맞춰 하이브리드 및 전기 차량을 구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볼 수 있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이 역시도 결국, 시민들의 판단에 달렸다.

□ 결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020년을 에너지 전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태양광발전 시스템과 전력 저장소의 개발,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2010년과 비교해 현저히 감소했고,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프랑크푸르트는 2050년까지 목표(탄소발생량 95% 감소)를 달성하고 에너지 소비를 약 50% 절약할 수 있다.

2010년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발표한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플랜 100%` 맨 마지막 문단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

“이 시나리오의 시행 여부는 결정권을 가신 행동 당사자들의 용기에 달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과 기업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 및 지자체의 흔들리지 않는 추진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반대할 수 있는 시민과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고 설득해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기업은 가운데서 눈치를 본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고 신재생에너지와 함께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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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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