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강은, 겨울 동강은 자신을 사이에 둔 마을과 마을을,

강의 이편저편 마을로 나누기 싫었던 것이다

자신을 사이에 두고 길은 끊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도

끊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괜히 강 건너 서로를 미워하며 돌을 던지거나

큰 소리로 욕이나 해대며

짧은 겨울 한낮을 다 보내는 것이 슬펐던 것이다

하여, 강은 지난밤 가리왕산의 북풍한설을 불러

제 살을 꽝꽝 얼려버린 것이다

저 하나 육공양으로 강 이편 마을들과 강 저편 마을을

한 마을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동강을 보고 분열과 편 가르기에 익숙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강 이편 마을과 강 저편 마을을 이어주기 위해 얼음이 얼 듯이 사람 사이에 따스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주는 그 무엇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극도로 소통이 단절되고 파편화, 개인화 되어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