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힐난이 쏟아질 만큼 후폭풍도 거세다. 본회의 직전 발표한 3당 원내대표 간 잠정합의문 중 두 가지 쟁점 현안에 한국당이 `유보`를 조건으로 붙임에 따라 사실상 허용해줬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수정안이 통과돼 결국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 양상을 보고 있노라면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때 이른 바 `박(朴) 타령`의 주인공이던 정치인들이 박근혜정권과 별반 연관이 없는 것처럼 운위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모순을 꼬집는 전여옥 전 의원의 비판은 맵디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재임시절 대변인을 맡기도 했던 전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블로그에 혹독한 독설을 퍼부었다.
전 전 의원은 “중립후보가 이주영, 한선교, 조경태인데 조경태는 더 말할 것도 없는 후보이고 이주영, 한선교 다 친박이었다”며 “한선교는 `친박 마케팅`으로 지지난 총선에서 당선되었고 이주영 후보는 간호사인 부인과 육영수 여사의 특별한 인연을 늘 마케팅 했던 역시 확실한 친박 `확박`이었다. 그런데 `중립후보`라고 `분식회계` 아닌 `분식계파`를 하는 것이 참 희대의 코미디”라고 강펀치를 날렸다.
실패한 정권계파의 정치인이 비난여론이 성성한 지금 시점에 변신을 골몰하는 현상은 소화하기가 버겁다. 아무리 돌고 도는 게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보수정치의 중심인 한국당의 정치가 과연 민심에 다가가고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그들만의 리그` 라고 해도 이번 경선이 최소한, 사그라지기 직전인 `보수정치`의 희망 불씨를 살려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들은 지금 서늘한 눈빛으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