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휘 논설위원
▲ 안재휘 논설위원

역사 속에 나타난 전쟁은 명목상 종교전쟁, 왕조전쟁, 이념적 전쟁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실상은 `계급사회`에 그 원인이 있는 역사적 현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의 전쟁은 지배계급의 이익을 도모하는 정치가들이 폭력적인 수단을 취하여 나타난 참극인 것이다. 특정 지배계급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오심·적의를 인민에게 불러일으키며 진짜 의도를 감춘 경우가 많다.

힘센 삼촌과 맞붙어 싸우겠다는 만용을 지닌 아우가 있다. 삼촌을 상대하기가 버거운 아우는 삼촌과 친한 형부터 해치겠다고 상습적으로 으른다. 형은 아우를 말리고자 하지만 아우는 성정이 난폭한데다가 형에게는 없는 흉기까지 지니고 있어 쉽지 않다. 형은 삼촌을 향해 아우를 때리지 말라는 말만 거듭할 뿐 다른 대응수단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3개월이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언론인 마크 세돈이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을 막기까지 3개월 남았나`란 제목의 영 가디언지 사설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마크 세돈은 부시 정권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히던 존 볼튼 전 주 유엔 미국대사가 최근 영국 런던 서민원(하원)을 찾아 이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설은 “미국이 3월을 대북 선제 타격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전쟁을 막으려면 유엔이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쓰고 있다.

월남전 때, 베트콩의 박격포 포격으로 극장 한 귀퉁이가 부서져도 관객들은 영화 상영을 중단하지 말라고 아우성이었다던가. 우리 국민들의 전쟁불감증은 더 이상 깊어질 공간이 없을 정도까지 다다랐다. 정치권은 물론 어느 곳도 전쟁의 위험성을 말하지 않는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 쪽에서는 `평화` 타령을 앞세워 `트럼프 대통령이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외침만 거듭한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연구원 국제 학술회의 축사에서 “북한은 안보를 위해 핵을 보유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평화조약으로의 이행에 대한 절차를 밟아줘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시끄럽다. 송 의원은 논란과 관련 “`내 핵무기는 선한 무기인데 너는 가지지 마라`는 구조로는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포기하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남 말하듯 부연설명하고 있다.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항복이나 다름없는 비굴한 태도로 만들어내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적어도 북한의 핵을 용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말하려면 우리도 핵무장을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밝히는 것이 옳다. 미국과 전술핵 운용과 핵 공유에 대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마땅하다.

우리 국민들은 만성화된 핵전쟁 공포 속에 살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작금 국민들의 삶은 위태롭기 짝이 없는, 6연발 리볼버 17%의 사망가능성을 `설마`에 맡긴 `러시안룰렛` 게임과도 같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포장하고 있는 맹신의 주술들은 이렇다. `미국은 절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침략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결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한반도에서 절대 핵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한 민족이기 때문에.`…. 이런 맹신들은 정말 유효한가. 언제까지 유효한가.

마이크 폼페오 미국 CIA 국장의 보고가 사실이라면, 드디어 한반도에 얄짤없는 3개월짜리 시한부 막장드라마의 서막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선제공격하면 남한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북한의 의사는 명확하다. 우리는 망나니 아우의 폭력성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는 초라한 형 꼴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