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대구에서 발생한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은 많은 아쉬움 속에 미제의 사건으로 남았다. 지금이었다면 미제사건으로까지 갔을까 하는 의문은 가져볼 만하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었던 탓에 최선을 다한 수사라고 보아야 한다. 다섯 명의 초등학교 어린이가 대낮에 한꺼번에 사라진 사건에서 단 한가지의 단초도 찾지 못한 사실 앞에서 경찰은 별로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수많은 경찰력이 투입됐으나 결과는 맹탕으로 끝났다. 사건발생 11년 6개월만인 2002년 9월 같은 동네에 있는 학교 신축현장 뒷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을 발견했으나 공소시효 만료를 맞을 때까지 여전히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이 사건을 미스터리로 바라본다. 그러는 동안 우리 경찰의 수사력은 세월만큼이나 향상됐는지도 궁금해 한다.

최근 미국 드라마 `CSI`나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보면서 과학수사의 위력에 시청자들은 많이 놀란다. 물론 TV에 방영되는 과학 수사물이 흥미를 위해 다소 과대 포장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수사는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실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과학수사란 이름으로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과학수사란 현대사회 범죄가 날로 신속화, 광역화, 흉포화 해 가는데 대한 첨단적 대응 방법이다. 사건의 진실을 캐기 위한 현대적 장비와 기자재, 과학적 지식, 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탐문 수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수단이다. 자칫 묻힐 뻔한 13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과학수사의 힘으로 검거된 일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대구중부경찰서 형사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별건의 사건을 수사하다 우연히 발견한 담배꽁초에서 13년 전 사건의 용의자의 것과 일치하는 유전자 정보를 얻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경찰의 망을 피할 수 없는 DNA 등 과학적 증거 능력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범인도 경찰이 내놓은 과학적 증거 앞에 꼼짝없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담이다. 과학수사의 힘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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