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치유고 놀이다` 전 세대 유혹하는 산악관광벨트 조성 추진해야
`숲이 치유고 놀이다` 전 세대 유혹하는 산악관광벨트 조성 추진해야
  • 김민정기자
  • 등록일 2017.12.07 20:29
  • 게재일 2017.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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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칠곡숲체원에서 아이들이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산(山)은 사람에게 마법을 건다. 노동은 놀이가 되고, 불편은 낭만이 된다.

여름엔 뙤약볕, 겨울엔 찬바람을 견디며 굽이굽이 길을 따라 걸으면서도 절로 흥이 난다. 정상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며 과일 한쪽 베어 무는 게 전부.

그런데도 사람들은 야호를 외치며 줄지어 산을 오르내린다. 마법에 빠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간다는 `등산인구`가 2천만명에 달한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 속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상당수다.

국토의 64%가 산인 대한민국. 경북은 전체면적의 70%를 산에 내줬다. 그 자체로 거대한 산이다.

군데군데 놀이와 낭만을 심으면 이만한 관광지가 없다. 지역 발전을 일굴 성장동력이다. 산악관광 대국 스위스는 아름다룬 자연환경과 완벽한 인프라로 해마다 관광수입 35조원을 벌어들인다.

무슨 마법이 통한걸까.


제약에 발 묶인 산악관광 개발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 목소리 높아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영주 산림치유원 등
지역의 천혜 자연환경 기반해
산악관광 콘텐츠 개발 이뤄져야

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
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
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
3. 국내 산악관광 선점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
4.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
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



산악관광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 1·2·3차 산업을 아우르면서도 제조업 위기를 돌파할 대안으로 꼽힌다.

산악관광 지출만 해도 그렇다. 스위스 필라투스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올라가 열차와 유람선을 타고 내려오는데 16만원이 든다. 필라투스 쿨름호텔 하루 숙박비는 최소 35만원. 레스토랑 식사에 산악레저 활동까지 포함하면 1박 2일 머무는 비용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는 어떨까.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료 왕복 1만원에 대피소 숙박과 매점 식사만 따져봐도 5만원 안팎. 계산기 안 두드려봐도 필라투스와 열 배가량 차이가 난다.

지리산 종주만 하더라도 외국 산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시설에 수십 명이 한데 모여 쪽잠을 자야하는 현실. 불편은 불편일 뿐, 낭만이 될 수 없다.

필라투스 쿨름호텔 건설은 120년 전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얕았던 시절이라 가능하기도 했다.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원천이 목축업인 만큼 목초지 보존도 잘 돼 있었다.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토대가 그만큼 탄탄했다.

역사와 문화보다 결정적인 것은 생각의 차이. 우리는 스위스의 몇 배 달하는 산림면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악관광을 제대로 즐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환경론자와 개발론자가 타협과 대립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악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산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 등산인구가 증가하면서 히말라야, 알프스 트레킹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달라졌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악관광이 활성화될 경우 관광객이 10% 이상 증가할 뿐만 아니라 1인당 산지관광 지출액도 높아진다. 지역 총생산액과 부가가치는 덤으로 오른다. 고용이나 생산 유발효과도 볼 수 있다.

□ 규제프리존특별법, 산악관광 활성화 열쇠 될까

마법이 통하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여러 지자체가 `산악관광의 메카`에 도전했지만 각종 제약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했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표고 50%, 평균경사도 25% 이상에 호텔이나 식당 설치를 제한한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 조리된 음식 판매가 불가능하다. 백두대간보호법은 목초지 내 목장 외에는 어떤 시설도 설치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산에서는 오직 경관을 바라보는 일만 가능하단 얘기다.

정부는 여러 제약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정쟁에 휘말려 표류 중이다.

국내 산악관광 선두주자로 나선 강원도는 “대관령 일대에 계획한 산악관광사업이 시행되면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명산산업단지, 산지레포츠 산업단지, 고원초지형 산업단지, 산림치유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산악지형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특화단지를 만들자는 것이다.

전경련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산악관광이 활성화된다면 케이블카와 산악자전거, 레저용품 등 아웃도어 시장을 포함한 관련 제조업이 다시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 국립산림치유원 개원 1년간 4만명 방문

경북 지역은 최근에서야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생태관광 촉진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작은 숲에서부터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영주시와 예천군에 걸쳐 있는 소백산 옥녀봉 일원 2천889ha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치유원을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 크기다. 한 번에 최대 2천명까지 수용 가능한데 아이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숲길을 걷고 수(水)치료와 명상을 하며 재충전한다.

기본은 걷기. 문화탐방치유숲길(6.4㎞)은 3시간 30분, 산악스포츠치유숲길(3.2㎞)은 2시간이 소요된다. 마실치유숲길, 마루금치유숲길, 금빛치유숲길, 동산치유숲길, 볕바라기치유숲길 총 7개 구간에 34.3㎞의 치유숲길이 조성돼 있다.

향기치유정원, 맨발치유정원, 음이온치유정원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공간인지 짐작 가능하다. 아토피나 만성질환이 고민이거나 태교를 위해 찾는 이들도 있다.

하룻밤 300여명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췄다. 수련센터에는 청소년이나 직장인을 위한 회의실과 식당이 있다. 걷기와 체조, 족욕처럼 숲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활동은 물론 장비 착용 후 심박수를 확인하며 걷는 밸런스워킹, 활력충전 트레킹까지 산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놀이와 낭만은 현실이 된다.

교육연수 장소로도 인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800여명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산림치유원에서 2박3일씩 14차례 워크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연계한 행사는 더 이상 업무 연장선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노동은 놀이가 된다.

개원 이후 산림치유원에는 지난 1년간 3만8천명이 다녀갔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20억원. 산림 일자리도 덩달아 늘었다.

강원 횡성, 전남 장성, 경북 칠곡의 국립숲체원 등을 포함한 산림 치유시설에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와 같은 산림복지전문업 종사자 1천500명이 있다.

산림복지진흥원 관계자는 “내년엔 산림치유원 이용객이 5만명을 넘을 것”이라며 “산림전문업 제도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종사자 200명을 더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경북 산악관광은 산림보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무로 우거진 숲 곳곳에 치유공간을 마련한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치유 휴양시설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 경북 산악관광은 산림보전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무로 우거진 숲 곳곳에 치유공간을 마련한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림치유 휴양시설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 백두대간수목원, 관광벨트 조성방안 무궁무진

경북 봉화는 지난해 9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임시 개원하고 지역 산악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생태 축인 백두대간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곳으로 면적이 5천179ha에 이른다. 정식 개원을 앞두고 지난 9월 10만번째 방문객을 맞이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마법이 벌어진다. 백두산호랑이가 살고 있는 `호랑이숲`과 야생식물 종자저장시설인 `시드볼트(seed vault)`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순환전기버스인 호랑이트램을 타고 돌아볼 수 있으며, 사전 예약하면 전문해설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아이 손잡고 오는 부모가 많아 주변지역과 연계해 가족단위 관광벨트로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영주 산림치유원과는 달리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한 웰빙테마 관광지로서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관광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요 창출방안을 설계 중이다.

트레킹코스를 산악자전거와 집라인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묶으면 레포츠벨트도 만들 수 있다. 사계절 산림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국내 대표, 국내 유일의 산악관광지로서 지역발전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스위스 필라투스 산이나 울주 영남알프스처럼 이름 있는 산악관광지가 되려면 교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봉화에는 과거 백두대간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당시 석탄 이동 수단으로 사용됐던 철도 노선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노선을 활용한 산악관광 열차 운행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백두대간의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탐방 전용열차를 도입 운행한다면 관광자원 개발은 물론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까지 넘볼 수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김병태 연구원은 `한반도 허리 중추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백두대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산악 및 모험레포츠 도입이 적절한 지역”이라며 “백두대간 레포츠 관광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등 지역특화 자원을 연계해 관광상품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 산림에 지역 살림을 알차게 꾸릴 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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