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담기 위하여 태어났으므로 담겨질 수 있는 것들

모두 가리지 않는다 티끌 먼지 재티 검불

쇠똥 달기똥 돼지똥 개똥

혼자서 설움받는 것들은 다 오라

내, 그대들 가득 품어 입맞추리니

귀하고 깨끗하여 선반이나 응접실

화려한 화장대 위에 놓여 있는 것들도

오라, 그대들의 힘이 뭉쳐

끈끈한 땀내 피워낼지니

그리하여 그대들 모여

땅의 깊은 자궁에 정액으로 뿌려진다면

내, 언제든 끌어안고 입맞추리라

담기 위하여 태어났으므로 담겨질 수 있는 것들의

모든 그리움 향해

그대들 몸 바친 사랑이 새 살 틔울 때까지

내 몸 끝끝내 바쳐져 있다

삼태미는 짚으로 엮어 만든 삼태기를 일컫는데 시골에서 이것 저것 수납하는 용기다. 시인의 의식이 껴안고 담으려는 것은 농촌 현실의 보잘 것 없는 여러 물건들 뿐만 아니라 화장대 위의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들도 꼭 같이 한 삼태미 속에 담아내는 넉넉하고 푸근함이 묻어난다. 농촌, 가난 때문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흙이라는 생명의 원천에서 얻은 것들이어서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이라는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