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br /><br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 장규열 한동대 교수·언론정보문화학부

1994년 1월 17일, 우리에게는 LA지진으로 알려졌던 강도 6.6의 강진이 도시의 새벽을 강타했다.

LA 북쪽의 교외도시인 노스리지(Northridge) 지역을 진앙으로 했던 이 날의 지진은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학교와 병원 등 공공건물들이 파괴되었음을 물론이고 지역을 관통하는 주요 고속도로들도 여기저기 끊어졌는가 하면 수천채의 가옥들이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 노스리지 지역은 거의 전쟁터처럼 변하였으며 그 곳은 한동안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만큼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누구도 다시는 그 지역에 이사하거나 보금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 지역으로부터 탈출하려는 마음들이 팽배하였다. 미국인들이 회피하는 지역이 되었으며 그 지역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우울해 지는 도시가 되었다. 지진이 거칠게 쓸고 간 자리에 도무지 그 무엇 좋은 일이 생길까 의심스러웠다. 그랬던 지진도시 노스리지는 지금은 오히려 더욱 평온하고 쾌적한 교외 도시로 거듭나 미국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이 지진의 습격을 받았다. 지진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도시가 강진의 충격으로 입은 피해는 말로 다 형언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인명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수많은 가옥들, 학교와 건물들이 언제 복구가 끝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다한 이재민들이 생겼으며 지역주민들 사이에는`포항탈출`을 생각해 본다는 소리마저 들리는 것이다. 물리적인 피해도 컸을 것이지만, 지진으로 입은 마음의 상처, 도시 이미지의 손상도 생각보다 심각할 것이다. 외지인들도 이제`포항`이라면 지진을 떠올리는 도시가 되었다고 하며 이 도시를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지진과 관련하여 만들어진 이 도시에 대한 지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를 누가 할 것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

진정으로 새롭게 솟아오르려면 차라리 무너지는 것이 좋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설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제 적어도 포항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한동대도 과메기도 넘치도록 알려졌으며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지켜보는 마음도 생겼을 터이다.

지구 상에 자연재해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한 지역이 어디에 있을까. 지진으로 잠시 흔들렸을 뿐 이 도시 포항과 이 지역의 시민들이 건재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어디 바깥으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며 외부의 누군가가 만들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에 죽도시장에 활력이 돌아왔다는 보도가 있다. 이 지역의 운동력은 지역이 책임질 수 밖에 없으며 시민들 스스로의 하는 일과 노력 여하에 따라 올라가기도 하고 잦아들기도 할 것이다.

전 국민의 관심과 걱정을 받아든 김에 우리 도시 포항은 보란듯이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은 이미 포항을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포하였다. 안전 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 문화와 국제화 등 그 어느 모로 보아도 손색없는 도시로 다시 태어날 기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포항을 그동안 경북의 대표도시로 인식하며 지내왔다면, 이제는 이 도시 포항이 대한민국에서 맨 앞에 기억되는 지역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한다.

지진과 관련하여 발견되는 문제들을 차분히 정리해야 하며,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자연재해에도 예방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일이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손색없는 경제적 터전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시 일으키는 노력에 모두 나서야 한다. 노스리지가 큰 지진 후 20여 년 만에 미국인들의 보금자리로 다시 환영받는 이상으로 이 도시 포항은 끝없는 가능성으로 넘실대는 곳이 아닌가. 20년 후 포항에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