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포항연극전용소극장 100씨어터

▲ 연극`빨간 피터의 고백`포스터.

인간 존재의 불안과 좌절, 소외의 문제를 실존적 관점에서 표현한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 원작의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이 포항에서 공연된다. 오는 7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포항 연극전용소극장 100씨어터.

연극배우 고 추송웅씨가 1977년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한국 연극계에 모노드라마 붐을 일으킨 이 작품은 포항의 중진 배우 백진기씨가 기획·제작·장치·연출·연기 등 1인 5역을 맡았다.

원숭이 빨간 피터가 자신이 인간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역경을 감개무량한 어조로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진정한 자유와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연극은 원숭이 피터가 어떻게 인간 세계로 끌려 왔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인간 세계에 정착하게 됐는지를 학술원에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프리카의 어느 황금해안에서 사냥 탐험대에 붙잡힌 피터는 철창에 갇히게 되고, 자유를 잃어버린 피터는 출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 원숭이이기를 포기하고 죽을힘을 다해 인간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결코 자유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살기 위해 찾은 출구인 것이다. 피터는 인간으로 향한 이 출구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었노라 고백한다.

백진기씨의 `빨간 피터`는 극의 진행 도중 인터미션을 통해 관객과 만나 소통의 장을 마련해 관객을 직접 무대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객과 대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함인지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 배우 백진기씨
▲ 배우 백진기씨

`빨간 피터`는 1987년 포항에서 시작해 88년에는 일본 후쿠야마 `장미축제`에 초대받아 공연했고 바로 서울 대학로 아르코 소극장에서 초대받아 공연했다. 1988년 서울 공연으로 한국일보 제정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990년에는 한국청년문화대상(연극연출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10월 대구 봉산문화회관 특별기획작품으로 초대돼 성황리에 공연한 바 있다.

숲 속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한 원숭이가 어느날 두발의 총을 맞고 인간들에게 생포된다. 철창에 갖힌 원숭이는 뺨에 생긴 새빨간 탄흔 때문에`빨간 피터`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철창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피터는 문득 원숭이의 본성을 벗어던지고 인간이 돼야겠다고 결심한다. 사람들로부터 악수하는 법, 침뱉는 법등을 배워 나가던 피터는 어느날 쓴 독주를 한숨에 들이키고는 부지불식간에 인간의 언어로 “헬로우”라고 소리친다. 인간의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점점 더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진 피터는 서커스단의 일원으로 대성공을 거두는데….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요일 공휴일 오후 3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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