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재 만

파도를 잘 봐둬

좋은 날은 한쪽에서만 부딪쳐 오지

파도를 약간 비껴 치고 나가야 뒤집히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나뭇잎인데

옆에서 부딪쳐 봐라

삼각파도 칠 때

삼각팬티 상상하다간 그 속에 꺼 잘려 나간다고 봐야지

물흐름을 잘 살펴봐

수면은 멀쩡하지만

물 속은 엄청나게 빨리 흐를 때가 있어

(….)

너울을 잘 봐

옆구리로 오는지도 살피고

풍 걷으면 그때부터 선장이 다 해

뭔 말인지 알겠냐

풍으로 균형을 그래도 잡고 있는데

걷고 나면

파도가 죽든

선장이 살리든 그것밖에 없어

잔잔한 물결의 바다도 예견치 못한 순간에 거센 파도를 몰고 온다. 동해의 시인 류재만의 시에는 바다와 인간의 화합, 적응, 동행을 제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매우 건강한 정신이 스며있음을 본다. 거센 물결을 헤쳐나가는 배몰이 연습을 얘기하면서 인생이라는 거친 바다를 건너는 자세랄까 정신을 일러주고 있다. 함께 흐르고 같이 가야한다는 화합의 시인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