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현 정부가 서민을 소중하게 생각하므로 통신, 음식료, 전기가스를 비롯한 민생관련 산업은 상당한 규제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었다. 한국전력 주가는 전기료 인하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발전비용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반면 통신과 음식료는 규제의 부담을 이기고 선전하고 있다. 오늘은 통신사의 사례를 들어볼까 한다.

통신주가 기대를 모았던 이유는 데이터 사용량이 향후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물인터넷까지 도입되면 심지어 기계조차 데이터를 소비할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돈이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고 싶지만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높다. 이를 우려하는 정부가 통신료 인하를 종용한다. 즉 통신사는 양질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투자만 하고, 그 수혜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투자자들은 걱정했었다. 재주는 통신사가 넘고, 혜택은 소비자나 인터넷 업체가 갖는 꼴이 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이를 `망 중립성`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즉 통신망을 공공재로 간주하여 통신사가 그 통신망을 이용해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쉽게 말해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 리그 야구 시합을 인터넷 업자가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중계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정부가 대부분의 통신인프라를 구축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통신관련 대부분의 시설을 민간 통신업자가 설치한다. 따라서 `망 중립성`은 폐지되어야 한다.

최근 그런 움직임이 있다. 미국은 오는 14일경 연방통신위원회에서 통신망 중립성 폐지를 의결하려고 한다. 이를 주장해 온 공화당 의원이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폐지에 문제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의견 가운데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것이 이것이다. 즉 투자는 민간 통신사가 하고, 그 수혜는 인터넷 업자와 소비자가 즐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추세가 이렇게 흘러가면 한국에서도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통신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간 통신업체들이 거부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신규 통신사업자에게 사업 허가를 내 줘 경쟁을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통신료를 끌어 내리려 했지만 헛수고가 되었다. 왜냐하면 마지막으로 통신업 허가를 받았던 LG유플러스조차 아직도 그들의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신규진입의 엄두를 못 낸다. 그만큼 통신업은 구조조정이 완료된 산업이다.

한편 5세대 통신망(5G)에 대한 기대도 구체화되고 있다. 내년 1월 서울에서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총회가 개최된다. 여기서 5G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정해지면 5세대 통신의 보급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국 정부도 4차 산업혁명의 도입을 앞당기려면 5G 초고속통신망 인프라를 조속히 깔아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이 정말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 X가 커지고 비싸졌는데도 잘 팔리는 것은 스마트폰 안의 콘텐츠를 많이 이용하고 싶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즉 이제는 통신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데이터 사용(traffic) 증가로 인한 수혜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2년간 사물인터넷의 인프라 구축과 함께 반도체가 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렸다면 이제는 그 과정이 마무리되어 갈수록 데이터 사용이 본격화될 것인 바, 통신주 그리고 통신장비의 수혜를 기다려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통신업체들의 이익은 매우 안정적이다. SK텔레콤 같은 경우 배당성향도 높다. 정부의 규제를 제외하면 별 다른 위험은 없고 성장은 열려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가수준은 매력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