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강 태

침상에 눕는데

무언가 허연 게 떨어진다

귀를 간질이던 귀지

귀이개를 찾다가

손톱으로 긁어낸다

톡톡, 사악삭

이명처럼 아득한 속울음

귓속을 한없이 파고든 듯

어느새 가슴을 찌른다

그도 숨을 쉬는 걸까

그 동안 정체된 것들의

여린 호흡

귀지란

내 몸의 새살이다

여린 살을 송송 돋게 하는

그 무엇,

이 엄청난 밀어내기로

윤기 나는 귀지

싱그러운 생명의 힘

병상에서 귀지를 파내는 사소한 행동에서 시인은 몸속으로 깊어져가는 병을 다 감당해내지 못하는 연약한 인간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본다. 귀지 한 조각도 자신의 몸의 일부고, 새로 돋아난 살점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찮은 귀지지만 그것을 자신을 살게 하는 싱그러운 생명의 힘으로 여기는 긍정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