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2년 비상재해의 복구와 이재민의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해구호법`은 수해와 태풍으로 인한 재난에 국한되어 있어 지진에 대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지진으로 주택이 모두 파손되더라도 보상비는 고작 900만원에 불과하고, 반파 시 450만원, 소파 100만원의 재난지원금 밖에 받지 못한다.
특히 보상이 재산피해에만 국한되어 있어 이재민들 중 장애인이나 차상위계층 등 당장 도움이 필요한 불우이웃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재해구호법`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불우이웃을 돕는 것이 쉽지가 않다. 포항이 `지진재난지역`으로 묶여 있어 사회봉사단체들이 임의로 불우이웃성금을 전달했다가는 재해구호법이란 현행법을 어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행 재해구호법에는 재해지역에 대한 기부금과 모금액은 모두 `전국재해구호협회` 단일 기관에서 단일 기준으로 집행이 되도록 되어 있다. 모금된 성금과 기부금은 모두 재해의연금에 해당되기 때문에 포항 지진피해 지역의 차상위계층이나 장애인 등 실질적인 지원이 화급한 계층에 별도의 지원금이나 성금을 지원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해의연금에는 지정기탁제도가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기탁자의 의지대로 포항지진 피해지역 내 차상위계층에 한정해 전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굳이 방안을 찾자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지정 기부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지진재난지역이라는 제약조건이 작동한다. `재해구호법`이 현실에 맞게 시급히 개정되거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비된 법도 문제지만, 법규부실 타령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응급상황이다. 매운 한파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