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연말 예산철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국정에 그대로 반영하려는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실제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가 투트랙 협상에 나선 가운데,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예산이 최대 난관이 되고 있다.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이 최대 쟁점이 되면서 이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기한내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 역시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가 강경하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저임금과 공무원 문제가 목에 걸리는 `보틀넥`(병목현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부여당이 끝까지 원안을 고집할 경우 정부 예산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며, 정책연대협의체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옛말에 `둥근 구멍에 네모난 막대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살다보면 목표에 상황을 억지로 끼어맞추기 위해 노력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발걸음 하나하나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최선의 길로 가고 있는 지 냉철하게 질문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먹어, 변심(變心)함으로써 박수받는 장면이 화제다. 새마을 사업 관련 예산이 모두 새로 살아난 사연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대폭 삭감이 예고됐던 `새마을 ODA(공적 개발 원조) 사업`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짠 예산(229억여원)보다 오히려 현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251억여 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코이카가 해외에서 추진하는 새마을 ODA 관련 16개 사업에 251억8천700만원이 배정됐다. 이 예산안은 원안대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 12억원이 배정됐던 `르완다 농촌공동체 개발사업`에 내년에는 42억원을 편성했다. `필리핀 파나이섬 고지대 새마을 농촌 종합개발 사업`은 21억원(올해는 15억원), `키르기스공화국 새마을 기반 농촌 개발 시범사업`은 9억9천만원(올해는 5천만원)으로 올해보다 늘었다. 올 예산에 5천만원이 편성됐던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새마을운동 사업`예산은 15억3천만원이 편성돼 30배가 늘었다. 상전벽해의 변화다.

당초 지난 6월 외교부와 코이카 등 관계기관들은 현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새마을`이란 말이 들어간 사업을 없애겠다”고 했고, 국회에도 “기존 사업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요소를 제거하고 2018년부터 신규 사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등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박정희 지우기`”라고 크게 반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처럼 모조리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새마을 ODA 사업 예산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13일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제1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 일부 국가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새마을운동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업 축소 및 폐지에 들어간 상황에서 감사 인사를 받았으니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새마을운동을 비롯해 전(前) 정부 추진 내용이라도 성과가 있다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적폐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이런 대통령의 변심은 바람직한 변신(變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