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이달로서 1년을 맞는다. 시행과정에 많은 논란도 일으켰으나 우리사회의 청렴문화를 안착시키는 계기가 된 것에는 대체로 긍정평가다. 법적 개념이 아직 명확지 않고 그 적용범위가 모호한 점이 있어 일부 혼선도 있으나 이런 것들은 시간을 통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법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으로 이 법의 의무는 다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특히 이 법은 공직자와 공직 유관단체 관련자들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 처벌하는 강력한 법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청탁법이 허용하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인 3·5·10 규정은 여러 번 논란을 일으켰다. 농축수산업계가 매출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 종사자의 반발이 극심했던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부관계자는 이에 대한 업계의 고심을 이해하고 법개정에 동의하고 나섰다. 드디어 지난 27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 이른바 3·5·10 규정 가운데 농축수산물 선물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 심의를 벌인 것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 전원위는 격론 끝에 부결로 처리하고 말았다. 전원위 소속 일부위원들은 시행한지 이제 1년된 법안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안을 바꾸는데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법 개정에 낙관한 이 총리의 입장이 뻘쭘해진 모양새다. 이 총리는 법 개정 심의에 앞서 “내년 설 명절 이전에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한선을 높여 설 대목엔 농축수산업계가 실감하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가운데 농어민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전원위원회 위원들이 농어민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내년 설 명절에도 국내산 농축수산물 선물시장이 위축되면 국민권익위 책임”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수산업계는 “수산물 선물의 대표격인 굴비를 5만원에 맞추라는 것을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김영란법의 청렴문화 효과는 가히 위력적이라 할만 했다. 공무원과 직장인 등 다수의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꿀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으로 농축수산업 관계자들의 의지를 꺾고 서민경제를 힘들게 한 부분들이 있다면 보완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법도 불만이 반복된다면 법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법 보완에 세심한 관심을 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