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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린웨이에 서린 포항 역사이야기

▲ 형산강 둔치에서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가 열리는 모습. <br /><br />/포항시 제공
▲ 형산강 둔치에서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가 열리는 모습. /포항시 제공

□ 다산 정약용과 우암 송시열이 보낸 인고의 세월

“한 말(馬)은 남쪽으로, 또 한 말(馬)은 동쪽으로 달려가네 (중략) 가자꾸나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마지못해 다시 만날 기약 남기면서….”

조선 후기 최대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순조 1년(1801년) 천주교도 박해사건인 `신유박해(辛酉迫害)`당시 포항 장기현으로 유배를 떠나며 쓴 시 `석우별(石隅別)`에서 등장하는 문구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서 만나는 조선시대 유배문화
정약용·송시열 등 117명의 관리·연좌인 머물러
서촌리 일원 총 면적 1만377㎡·탐방로 4㎞ 조성
장기읍성과 연계, 역사·문화 공유하는 관광지 기대

정약용은 가족과 생이별하는 슬픔을 이 시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셋째 형과 매형, 조카 등 100여 명이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처형당하고 둘째 형과 자신은 유배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귀양길을 떠나는 심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정약용은 장기에서 시작해 전남 강진으로 장소를 옮기며 무려 18년 간의 유배생활을 이어가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등 경집 232권과 문집 267권 등 모두 499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는 유배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제자들을 키우며 저술활동에 전념했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줬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정약용은 정치적 탄압까지도 학문에 충실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평생을 통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방대한 저작을 만들어냈다.

포항 장기지역은 정약용에 앞서 우암 송시열이 유배를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숙종 1년(1675년) 상례(喪禮) 문제를 둘러싸고 남인과 서인이 대립한 2차 예송논쟁에서 남인이 승리하면서 서인의 수장이었던 송시열이 권력에서 밀려나 장기로 유배된 것이다.

송시열은 장기에서 4년 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썼다.

오도전, 서유원 등 장기지역 선비들은 송시열로부터 유학의 진수와 중앙정계의 동향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접할 기회를 가졌다.

 

▲ 연일 부조장의 포구로 쓰인 형산강의 최근 모습. <br /><br />/경북매일 DB
▲ 연일 부조장의 포구로 쓰인 형산강의 최근 모습. /경북매일 DB

□ 조선시대 유배문화를 지역의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이렇듯 포항 장기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배지라 할 수 있다.

장기발전연구회에 따르면 장기면에는 앞서 언급된 정약용과 송시열을 비롯, 117명의 관리와 연좌인이 유배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항시는 장기지역 유배촌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포항시 남구 장기면 서촌리 일원에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을 조성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부지 확보 문제로 4년 여를 표류했던 장기유배문화체험촌 사업은 지난해 3월 사유지 6천258㎡에 대한 토지보상 협의를 완료하고 같은 해 11월 첫 삽을 떴다.

장기면 서촌리 285 일원에 총 면적 1만377㎡와 탐방로 4㎞, 시비 38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이 사업은 현재 부지 조성과 소하천 복원 등 하천공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후 조경과 편의시설, 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2차 사업은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포항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인근의 장기읍성과 연계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관광자원화는 물론 구룡포와 호미곶을 잇는 동해안 관광벨트의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제7회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 중 뗏목체험 행사 모습.                                             /포항시 제공
▲ 제7회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 중 뗏목체험 행사 모습. /포항시 제공

□ `조선 3대 시장` 연일 부조장

1833년 편찬된 `경상도읍지`에 의하면 18세기 후반 포항과 경주의 경계지점에는 윗 부조장(현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 일원)과 아랫 부조장(현 포항시 연일읍 중명리 일원)이라는 두 곳의 시장이 개설됐다.

이를 통틀어 부조장이라 했으며 윗 부조장은 5·15·25일, 아랫 부조장은 10·20·30일로 나뉘어 열리게 됐다.

윗 부조장은 선박 접안이 불편해 규모가 큰 장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반면, 선박 접안이 자유로웠던 아랫 부조장은 한때 `조선 3대 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이름난 시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아랫 부조장은 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함경도의 명태, 강원도의 오징어, 포항연안의 청어, 소금을 내륙으로 팔고 전라도, 경상도의 농산물을 교역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때문에 형산강 유역에 수많은 황포돛대배와 객주, 여각은 물론 창고업, 위탁판매업, 숙박업이 번성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교통 요충지 역할을 했다.

당시 부조시장의 명성은 형산강변에 세워져 있는 `좌상대 도접장 김공이형 유공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비석은 1864년 부조시장 관계의 유사와 도감을 비롯, 8개의 임방에서 좌상대의 도접장인 김이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흔히 보부상(褓負商)이라고 통칭된 조선시대 후기 상인은 봇짐장수인 `보상`과 등짐장수인 `부상`이라는 두개의 상단으로 구분됐다.

보상은 부피가 적고 가볍지만 비교적 비싼 상품을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녔다.

부상은 무게가 무겁고 부피가 크지만 값이 비교적 낮은 상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시장을 오갔다.

앞서 언급된 좌상대는 좌단이라 지칭됐던 부상을 의미했으며 김이형은 부상의 대표자로서 보부상을 지휘하는 책임자였던 것이다.

이렇듯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로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부조장의 역사적의미를 되새기고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해마다 `연일 부조장터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행사는 △부조장터거리 및 오일장 재현 △뗏목타기 체험 △전통민속놀이 체험 등 연일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포항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덧 행사를 개최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으며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장기유배문화체험촌 부지와 인접한 지역의 또다른 문화유산 장기읍성의 모습. <br /><br />/경북매일 DB
▲ 장기유배문화체험촌 부지와 인접한 지역의 또다른 문화유산 장기읍성의 모습. /경북매일 DB

`조선 3대 시장` 연일 부조장의 부활
18세기 후반 윗 부조장·아랫 부조장 두 곳 개설
선박접안 자유로운 아랫 부조장 교통요충지 역할
2020년까지 신부조장터공원 조성, 옛 모습 재현

□ 연일 부조장터의 옛 모습 그대로 재현

포항시는 연일 부조장터를 관광 상품화하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경상북도관광공사와 `형산 신부조장터공원 사업 위·수탁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 협약으로 경북관광공사는 계획, 설계, 시공 등 사업 전반적 관리를 맡게 되며, 관광시설 개발 추진의 노하우와 조성 후 국내외 관광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홍보 마케팅에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는 지난 2015년 12월 공동으로 기본구상용역을 시행했으며 지난해 5월 제2차 경북도 투자심사를 완료해 지역발전특별회계 도 자율사업으로 총사업비 90억 원이 확정됐다.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추진을 위해 6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이며, 오는 2020년까지 주말장터, 전시관, 수상체험을 할 수 있는 부조장터공원과 공연장, 뱃길복원 등 총 5천㎡ 규모로 조성된다.

이강덕 시장은 “연일부조장터 문화축제가 열리는 형산강은 포항과 경주시민의 젖줄이자 소중한 자산으로 조선시대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며 “시민들이 과거의 옛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문화콘텐츠로 체험형 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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