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엄청난 지진재앙을 당한 포항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이강덕 포항시장이 시민들에게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침체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시가 지혜롭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의 모멘텀을 찾아내고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할 때다.

포항시가 분석한 최근 지역 경제동향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음식과 숙박업 및 전통시장 매출은 8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관광지 방문객도 60% 가량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가뜩이나 장기 경기침체로 활력이 소진돼가는 상황에서 지진은 사상최악의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은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를 견인해왔던 포항의 위대한 시민정신이 이번 재난 극복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면서 “위기는 기회인만큼 포항이 산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보완을 통해 더 나은 포항 건설의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또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시를 새롭게 건설하는 한편, 내진공법 기준을 강화해 각종 재난으로부터 선제적으로 대비함으로써 포항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건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재난극복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침체가 우려되는 지역경제에 하루빨리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했다.

지난 1995년 1월17일 오전 5시46분 일본 남동쪽 아와지섬에서 발생한 진도 7.3의 강진이 잠든 고베(神戶)시를 덮쳤다. 무너진 고가도로가 인가를 덮쳤고 열차 선로는 엿가락처럼 휘었다. 끊긴 가스관에서 내뿜는 불기둥이 치솟았다. 무려 6천434명이 죽고 25만여 채의 건물이 무너졌으며 3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무려 10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고베시는 다시 일어났다. 2002월드컵 무렵, 불과 7년 사이에 21세기를 향해 날개를 펴는 새 도시로 탈바꿈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완벽한 설계가 뒷받침했지만, 결국 고베의 기적을 일군 가장 큰 힘은 재난 앞에 결코 굴하지 않는 시민의식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강덕 시장이 우선 “소비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절박한 상황을 대변한다. 포항시민들이 먼저 자연재해에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온 세상이 전폭적으로 성원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불의의 재난이 아무리 힘겨워도 우리는 삶의 희망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