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진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건만 피해현황을 조사하고 등급을 판정할 인력이 태부족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포항북구의 피해조사 접수건수가 모두 2만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북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6개 팀이 수행할 수 있는 조사는 하루 총 100여 건에 불과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같은 현장의 난제를 신속히 지원하지 않는 중앙정부와 경북도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지진 피해현장의 응급복구는 대부분 마쳤지만 피해정도가 행정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근본적인 복구와 수리 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힘든 이재민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피해현황 조사와 등급판정은 피해복구와 이재민 관리, 향후 대책의 기초자료다. 무엇보다도 빨리 결과물이 나와야 후속대책이 착착 추진될 수 있다.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21일(1천71명)보다 오히려 200여 명이 증가한 1천285명(26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피해 중심지역인 흥해읍은 수십 년이 지난 낡은 건물들이 많아 `또 지진이 오면 집이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싸인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재민들의 수용소 생활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가장 양호한 피해가옥의 경우에도 피해정도 파악에만 최소한 15분이 걸리는 상황에서 현재의 속도라면 단순 계산으로만 따져도 200일이 넘게 걸리게 된다는 한심한 예측이 나온다. 각 지역에서 300여 명의 전문가가 업무를 돕고는 있지만, 이들은 급한 대로 거주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주고 있는 정도라 모든 업무를 오롯이 포항시가 해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부터 경북 포항지역의 각 읍·면·동사무소는 `자연재난피해접수처`를 중심으로 지진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업무처리 인원이 턱없이 모자라 줄곧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흥해읍사무소 민원봉사과는 몰려드는 이재민들로 민원실 20여 명의 직원들은 쇄도하는 이재민들과 문의전화로 다른 업무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기도 했다. 포항시가 추가로 지원하는데도 넘치는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포항 강진 다음날인 16일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당면 대처에 관해서는 지시를 남발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큰 원칙만 말하자면 당면 대처는 매뉴얼대로 하라. 이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현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이 우선이다. 현장이 제대로 관리되고 수습되도록 중앙정부와 경북도는 지원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피해주민들이 울고 있는데, 인력이 모자라서 피해현황 파악과 피해 등급책정조차 늦어진다니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