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실리아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도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해 본 적 있던가

한 사나흘 죽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아무래도 엄살이 심했다

얼음으로 꽉 찬 일산의 호수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어떤 시끄러움도 위태로움도 느낄 수 없는 절대 고독의 시간을 떠올리고 거기에 고요히 침잠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펴고 있다. 이것은 닥쳐오는 번잡스러운 생각들, 한 쪽으로 몰려가는 마음들을 참고 견디며 몸도 마음도 절대 침묵의 시간 속으로 밀어넣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