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철저한 진상규명 선언…국내외 조사단 구성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에 최소 1년이상 걸릴 듯
“섣부른 판단 자제하고 차분히 결과 기다려야”

▲ 포항 지진 발생 원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진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항지열발전소의 모습.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지열발전소 건설이 `11·15 지진`을 유발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지진발생 당일 언론보도를 통해 진앙과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포항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선언했다.

정부 차원의 조사 방침이 결정됐음에도 여전히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열발전소가 지진발생 원인`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예단을 바탕으로 한 논란 확산을 자제하고 차분히 조사결과를 기다릴 필요성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은 정부가 지난 2011년 국가 지열발전 실증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연구를 통해 국내 평균 지하 온도는 땅밑 1㎞를 파고들 때마다 25℃씩 오르는데, 포항 일대는 1㎞마다 40℃씩 올라 지열발전소 설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포스코, 서울대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2012년 9월부터 본격적인 시추공사가 시작됐다. 포항지열발전소는 땅속 4.3㎞ 깊이까지 지름 21.6㎝ 구멍 2개를 뚫어 한 곳에 물을 주입해 지열에 데워진 수증기가 다시 나오면서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전기를 얻는다.

설비용량 1.2Mw급의 국내 최초 지열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국비 184억5천만 원, 민자 248억5천만 원 등 43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가운데 올해 말까지 연구개발과정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사업화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지열발전으로 얻는 1Mw의 전기는 1000가구가 사용가능한 양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관련, 지질전문가인 이진한 고려대 교수가 jtbc에 출연해 지열발전소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jtbc는 연이은 보도를 통해 지열발전소 구멍에 막대한 양의 물을 주입한 이후에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이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포항지열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SNS와 각종 커뮤니티 등 포항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최고 지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지질학회,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를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강태섭 부경대 교수, 홍태경 연세대 교수, 장찬동 충남대 교수 등은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이라고 보기 의심스럽다고 분석했다.

 

▲ 포항지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지열도. 지하로 1㎞ 내려갈수록 25℃씩 온도가 올라가는 국내 평균과 달리 포항 지역은 40℃씩 올라간다.<br /><br />/포항시 제공
▲ 포항지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게 된 이유를 보여주는 지열도. 지하로 1㎞ 내려갈수록 25℃씩 온도가 올라가는 국내 평균과 달리 포항 지역은 40℃씩 올라간다. /포항시 제공

홍태경 교수는 “지열발전소 주관기업인 ㈜넥스지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누적 1만2000㎥의 물이 투입됐다”며 “2011년 규모 5.6 지진이 발생한 미국 오클라호마는 수년간 엄청난 유체를 주입했다. 포항의 경우 물주입량이 규모에 대비될 만한 수준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이진한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 등은 지열발전소 건설이 포항 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유발지진은 인위적인 개입이 전체적인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뜻”이라며 “알지 못하는 요소가 있는 가운데 물이 유입되면서 단층대 마찰력이 낮아져 움직이지 않았나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명백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만큼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강태섭 교수는 “국민들은 간단한 답을 원하지만 과학의 영역이 복잡해 어느 한 가지에 확신을 갖기 대단히 어렵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포항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조사단을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구물리학회 등 전문가집단에 조사단 추천을 요청했으며 국내 전문가들이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전문가도 함께 초빙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번 조사가 땅속으로 구멍을 깊이 파는 시추작업이 필요하고 지열발전소 아래에 있는 단층을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18일 이후 중단된 지열발전소 사업은 정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중단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문가에 따르면 쉽지 않은 조사라 1년 이상은 소요될 전망이다”며 “외국에서는 2~3년 동안 조사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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