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욱<br /><br />시인
▲ 김현욱 시인

최종득 시인을 처음 만난 건 2004년 경남 진주에서였다.

진주교대 어린이문학연구회 콩세알 겨울 연수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면식도 없던 내가 버스표를 끊은 것은 순전히 최종득 시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무렵 최종득 시인은 월간 `어린이문학`에 `멸치가 먼저다`라는 작품으로 신인 추천을 완료했다.

마침, 나도 `어린이문학` 합평란에 동시 몇 편을 처음으로 응모했는데, 정세기 선생님으로부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는 격려를 받으며 고무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았는지 그때부터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은 지면에 추천을 받은 최종득 시인의 `동생 보는 날`, `멸치가 먼저다` 등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껏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인연이란 이렇게 동시다발적이다.

“삶은 멸치 말리는데/ 빗방울이 후드득.// 마루에서 젖 먹이던 엄마/ 아기 떼어 내려놓고/ 허리 아파 보건소 가던 할머니/ 되돌아 줄달음치고// 멸치 다 걷고 나서야/ 엄마는 젖 다시 물리고/ 할머니는 보건소 길 다시 간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보다/ 멸치가 먼저다.//”(`멸치가 먼저다` 전문)

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쫀드기 쌤 찐드기 쌤`(문학동네, 2009)에 실린 작품이다. 2004년 `어린이문학`에 추천되었던 `멸치가 먼저다`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마지막 연이 주었던 묵직한 메시지는 그대로다. 이밖에도 최종득 시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 `동생 보는 날`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시인에게 처음으로 지면에 활자화된 작품은 기억에 남기 마련이지만, 최종득 시인에게 `동생 보는 날`은 각별하다.

처음 만난 최종득 시인은 한없이 맑고 따뜻한 성품의 시인이었다. 임원을 맡아 묵묵히 연수회를 진행하면서도 선배와 후배들을 알뜰히 챙기고 그 와중에도 서울에서 온 선생님들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던 그의 성실함과 어린이문학에 대한 열정은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학생, 선생님들 모두가 어느 순간 순하디순한 채식동물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다툼, 질투, 험담, 자만…. 그런 것들은 전혀 모른다는 듯 환하게 웃고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던 그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내가 가졌던 어린이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몇 년 뒤 모 신문사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을 때, 최종득 시인과 콩세알 연수회에 함께 했던 선생님들께 지면을 할애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돌이켜보니, 최종득 시인에게 진 빚이 많다.

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이 세상에 나온 건 2009년이다. 그해 최종득 시인을 두 번째로 만났다. 역시 경남 진주에서였다. 첫 동시집 출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원고를 검토하는 자리였는데 남호섭, 오인태, 이지호 선생님이 오셨다. 진주교대 강의실에서 동시 한 편을 한 편을 읽어나가며 고치거나 빼거나 더할 것은 없는지 긴 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최종득 시인의 첫 동시집 가제가 `벼꽃 필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원고를 다 읽고 동시집 제목으로 많은 얘기가 오갔다. 나는 겁도 없이 `쫀드기 쌤 진뜨기 쌤`이라는 작품이 최종득 시인의 동시집 전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동시집 제목으로 `쫀드기 쌤 진뜨기 쌤`을 추천했는데 약간의 우려(?)는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동의하셨고, 무엇보다 최종득 시인이 그 제목을 좋아했다.

동시집이 나오고 나서 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교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최종득 시인을 “쫀드기 쌤, 찐드기 쌤”이라고 불렀다. 언뜻 보면 버릇없고 선생님을 함부로 부르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작 본인은 싱글벙글 웃기 일쑤였다. 최종득 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을 편하게 여기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