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방 作 `유럽의종탑`
50여 년간 수채화가라는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오며, 자신만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원로화가 윤정방(77)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28일부터 12월 3일까지 A관에서 50여 년 간 수많은 수채화 작품을 남긴 `수채화가 윤정방 회고전`을 개최한다.

윤 화백이 수채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63년 서라벌예대(현 중앙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하면서 부터였다. 서동진과 이인성 등 서양화 도입기에 대구가 수채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유명 수채화가들을 배출한 영향도 있었지만, 가난이 만들어 낸 자그마한 해프닝이 오늘날 수채화가 윤정방이 있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림 그리는 재료가 부족하던 시절, 그는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을 보고 공감을 얻은 후 유화 수업시간에 유화 물감 대신 수채화 물감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가난 때문에 비싼 유화 물감은 구할 엄두도 못 내던 시절 담당 교수의 한마디가 화가 지망생이었던 그에게 그 무엇보다 큰 힘과 용기가 됐다. 실기 지도교수의 “오, 수채화 잘 하네” 라는 격려 한 마디가 50여 년간 오직 수채화가의 길만을 걷게 된 이유인 셈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연주의 화풍에 전통적 투명 수채화 기법을 응용해 안정된 구도를 자아내고 있다. 풍경화의 기본 구도인 원근법과 함께 차별화된 시각과 구도를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표출양식은 독특한 그의 화풍으로 고착화 됐다. 더불어 우리 주변의 산야와 들녘, 강변, 소나무 등 향토색 짙은 분위기의 소재로 제작된 그의 독창적 작품들은 한국적 수채화의 표본이 됐다. 이처럼 일관된 그의 작품세계는 한국미술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국내 최초의 수채화 교본인 `풍경 수채화`(도서출판 우람, 1995)에 작품이 수록되기도 했다.

그의 화풍 중 또 다른 특징은 기름종이(일명 종이 장판지)에 수채화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기법을 고안해 냄으로써 수채화가 주는 재료적 가벼움에서 벗어나 깊이감과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유성 기름이 덧칠된 종이에 수용성을 가미하는 기법은 그의 오랜 작품활동과 연구를 통해 얻어진 독창적 표현양식이며, 기법인 셈이다. 장판지의 질감에 섬세한 수채화의 재료가 결합돼 표출해 내는 고전적 화풍은 안정되고 평온한 깊이감을 더 해주고 있다.

가난했던 청년시절 작품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수채화가로서 삶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이번 회고전은 그에게 퍽이나 의미 있는 전시회다. 이번 회고전에는 1960년대부터 각 시대별로 대표작 수채화 5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윤정방 화백은 “올해는 1970년 대구 미공보관(USIS) 화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로 전시장 결혼식을 가진 후 47주년이 되는 해이며, 77세라는 적잖은 세월을 무탈하게 지내온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의미를 회고전과 기념화집 발간을 통해 자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윤정방 화백은 현재 경산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구 수성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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