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소가 지난 15일 포항 흥해읍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한지질학회 등의 주관으로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는 국내 지질학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관련성을 극구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 한 초정밀 조사와 분석연구는 필수적이다. 재앙과 관련이 없다는 확증이 있기 전까지 지열발전소 공정을 멈추는 것은 기본이다.

경주 지진 이후 포항 일대 미소(微小) 지진 활동을 관찰해 온 부산대 김광희 교수는 포럼에서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포항 흥해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작년 1월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기 시작한 이후 4개월간 규모 2.0 미만 미소 지진은 33차례, 규모 2.0 이상 지진이 세 번, 3.0 이상이 한 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도 “주입한 물이 단층대에 스며들면 땅의 응력에 영향을 줘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선 (물 주입으로) 규모 5.6 지진까지 유발됐다”고 말했다. 현재 준공률 90% 상태인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 4.3㎞ 깊이까지 직경 20㎝의 시추공 두 개를 뚫어 작년 1월~올 9월까지 1만2천㎥의 물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포항 지진을 발생시킨 더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 동부는 5㎝, 서부는 2㎝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벌어진 틈(3㎝)만큼 지층이 약해지는 바람에 “지진이 빈발하고 강도도 세졌다”는 것이다.

부경대 강태섭 교수도 “물 주입으로 포항 지진처럼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수백만t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유일한 원인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일본과 경주 지진의 영향, 한반도 지층의 변화, 포항 일대의 연약한 지반 등이 모두 포항 지진을 일으킨 복합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열발전은 수력·화력·원자력 등 다른 발전방법과 비교해도 경제성이 떨어지지 않는데다 환경오염이 없는 클린에너지로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포항 땅 밑에 여러 힘이 누적됐고, 이후 물 주입이 방아쇠 효과가 됐다는 일각의 주장도 논란 중이고, 진앙지와 지열발전소가 굉장히 가까우면 영향력이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열발전이 만분의 일이라도 지진유발 원인이 된다면 이는 보통 일이 아니다. “국제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열발전소의 영향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열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결정은 백번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