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강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지진 트라우마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공포증을 견디지 못하고 타지로 피난을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계의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당장 닥친 생활불편에다가 고통스러운 트라우마 충격까지 견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물질적 피해 못지않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세심하고도 전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진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포항 시민 상당수가 또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공포와 살던 집이 붕괴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아직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트라우마까지 겪을 수 있어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닥치고 있다.

이번 지진의 강도가 컸던 만큼 지진이 휩쓸고 간 `정신적 여진`은 상상 그 이상이다. 포항 일원의 주민들은 매일 아침 이웃과 나누는 첫마디가 “밤새 안녕하셨어요?”로 바뀌었다. 삼삼오오 모인 곳마다 화두는 온통 `지진` 일색이다. 주민들은 “너무나 무서웠고 지금도 불안하다”고 말한다. 특히 진앙지에서 가까운 북구지역 주민들은 작은 소리나 충격에도 깜짝 놀라거나 잠을 자다가도 불안함에 깨며 지진공포증을 앓고 있다.

실제 진동이 없는데도 땅이 흔들리거나 위로 솟아오르는 듯한 `땅 멀미`에 시달리는 경우는 다반사다. 지진 강습 이후 밤에 아이가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서 무서운 꿈을 꿨다며 우는 일도 있고, 혼자 화장실도 못 가고 같이 가달라며 조르는 일도 숱하다. 긴장 때문인지 복통을 호소하는 주부도 있다. 밥도 안 넘어가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덜덜 떨린다는 호소도 나온다.

지진은 포항지역 남성들의 일상도 통째로 바꿔 놓았다. 고향이나 친인척 집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졸지에 `기러기아빠` 신세가 된 가장도 흔하다. 생존배낭을 꾸려 놓고 한낮에 가급적 집밖에 나가 있다가 저녁엔 거실 불을 켜놓고 외출복을 입고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북도는 지진 트라우마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심리지원단을 확충하고 이재민에 대한 `심리적 응급처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삶터가 피폐해진 이재민들은 여진에 대한 불안, 집에 대한 걱정, 불편한 잠자리 등으로 불안함, 답답함, 불면증 등 정신건강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심리적 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심리지원은 물론, 예견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건강문제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당한 지진 재난이 애꿎은 평생의 업보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