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떠받힌 포항은 지금도 뒤숭숭하다. 시민들은 흐트러진 일상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만나는 사람마다 지진 후유증을 호소하니 저절로 피로감이 쌓인다. 지진 발생 열흘이 다가오고 있으나 불안과 공포가 여전히 포항시민을 짓누르고 있다.

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포항지역 지진 피해는 23일 현재 전체 시설물 피해만 2만여건을 넘고 피해액도 7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1천3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구 작업에 동원된 인력이 4만5천500여 명에 달한다. 피해지역을 순회하는 자원봉사자도 1만명을 넘어섰다. 수치만 봐도 포항지역 실상은 대강 어림잡아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포항을 찾던 외지인의 발길마저 뚝 끊겼으니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그나마 전국 각지에서 답지하는 피해 성금에서 실의의 포항시민들은 위안을 느낀다. 단숨에 성금 규모가 137억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원상복구 하기에는 태부족한 금액이다. 그러나 십시일반의 성금으로 모아진 정성 앞에 모두가 고마워한다.

지진사태 수습에 막중한 책임을 진 이강덕 포항시장의 심정은 말 그대로 노심초사(心焦思)다. 중앙정부의 장관들이야 걱정만 하면 그만이지만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시장은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 지원도 잘 이끌어내야지, 현장에서 주민과 아픔도 함께 해야 한다. 이 시장이 20일 자신의 급여통장에 모아 둔 1억16만원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생색내는 것 같아 외부에는 알리지 않았다. 이 시장은 작년 6월에도 급여통장에서 1억2천800만원을 포항시장학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해경청장 퇴임 때도 10개월 치 월급 7천30만원을 해경자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벌써 세 번째다. 부인에게 별도의 수입이 있다지만 쉽지 않은 결단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마음의 글(心書)이라 했다. 목민관 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했다. 실천의 어러움을 가르킨 말이다. 이 시장의 용기 있는 결정이 포항의 재기에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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