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4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이 직전 분기보다 31조2천억원이 늘어난 1천419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이번 가계신용 잔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라 한다.

가계부채는 작년 말부터 정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에도 또다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가계부채에 대한 규제가 실효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새 정부 들어 발표한 8.2 부동산 규제 대책도 가계대출을 억제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요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올 연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한은도 조만간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 증가에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어진다면 다중채무자나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가계부채 증가가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위험가구는 작년 3월 현재 126만가구로 집계됐다. 빚을 안고 있는 전체 가구의 11.6%다. 부실위험 가구가 1년 사이 16만6천 가구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양과 질에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가 2-3분기에 새로 입주하는 주택물량이 많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던 탓으로 분석을 했다. 그러나 향후에도 가계대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는 예측이 우세하다. 2-3분기에 매달 10조원씩 늘어난 것으로 미뤄보아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주택규제와 같은 임시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택규제책이 내수경기 위축으로 나타나 시장경기를 오히려 나쁘게 했다는 지적이다.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가계부채 대책이다. 정부가 손쉬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사이 많은 서민들은 비은행권으로 몰려들었다.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금리가 오르면 서민계층이 받는 충격은 심각해진다.

이미 시중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정부는 서민가계의 안정과 우리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이상 우리경제의 뇌관이 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