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식사업가 백종원
“비결 공개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
외식업 인식 개선하고 싶어 공유”

▲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 중인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출연 중인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원래 주방에서는 다정하기보다 엄한 게 제 실제 모습이에요. 입도 꽤 거칠고요. 방송에서는 카메라 앞이라고 여러 번 참는 거죠.(웃음)”

SBS TV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통해 그동안의 푸근한 모습은 잠시 감추고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한 백종원(51)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논현동의 본가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방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 바로 손님 입으로 들어가니 엄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종원은 꾸준히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에 출연해온 데 대해 “최종적으로는 외식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대중이 쉬운 요리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관심을 BS TV `백종원의 3대천왕`을 통해 식당으로까지 확장한 뒤 이제 `푸드트럭`으로 본격적인 요식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종원은 `푸드트럭`이라는 아이템에 관해 “`대국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바로 프로그램의 의미”라며 “푸드트럭을 해보면 그다음에 어떤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겪게 되는 기초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편하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없어요. (구직자가) 눈높이를 바꾸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요. 푸드트럭은 작은 사업이지만 손님과 소통하고, 밤에 잠 안 자고 메뉴를 고민하고, 하다못해 내일 날씨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작은 일도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성공하게 돼요. 그 작은 성공이 계속 요식업을 하든, 또 다른 일을 하든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종원은 방송에서 수십 년간 시행착오 끝에 얻은 요리·장사 비결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그는 “나는 `백선생` 없이 치열하게 독학했기에 어렵게 쌓은 비결을 공유하는 게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참가자 한 사람에게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방송을 보는 모든 분에게 공유하는 것이기에 덜 아깝다. `다 해보고 할 것 없어서 식당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개선할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 도전자들에게 “대부분 장사를 시작할 때 `잘 되는 집`만 보고 급하게 시작하지만 사실은 망하는 집이 90% 이상”이라며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동종업계의 `안 되는 집`을 보면서 공부해야 한다. 처음에 안 돼도 버틸 방안을 마련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백종원이 요식업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답은 “좋아해서”였다.

“맛있는 것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식당 다니면서 `이건 더 맛있게 할 수 있는데`, `왜 이건 이렇게 비싸지`, `서비스는 왜 이렇지` 같은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직접 식당을 차렸는데, 반대로 제가 손님을 맞는 입장이 돼보니 손님의 말 한마디에 상심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경험을 토대로 손님들, 창업 도전자들의 생각을 함께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도 시작했죠.” 하지만 백종원은 방송하면서 갑자기 얻은 유명세가 `독`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골목상권 침해니, 문어발 확장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해요. 제게 가장 최우선의 존재는 점주들인데 그분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파요. 방송을 그만둬야 할까도 많이 고민하죠. 그런데 우리 점주들도 소상공인이거든요. 그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게 제 역할이잖아요. 학생이 독학으로 안 되면 학원에 다니며 우등생이 될 수도 있는 건데, 학생들이 잘되게 해줬다는 것으로 공격하니 속상해요.” 백종원은 그러면서도 방송을 통해 얻는 보람도 적지 않다며 `푸드트럭`의 지역별 오디션이 끝내고 나면 침체한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송 아이템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골목상권에서 한 가게가 잘되면 다른 가게들은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다 같이 살아나거든요. 작은 마을일수록 더 그래요.”

백종원은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 도시락까지 끊임없는 메뉴 발굴에 힘쓴다.

그는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처음 준 레시피만 잘해도 손님이 줄을 설 거라고 자부한다”며 “신메뉴를 원하는 점주는 잘되는 곳이니 또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도시락은 일본의 활성화된 도시락이 부러워서 시작해봤다”며 “최종 가격은 우리가 정한다는 조건을 CU가 수용했다. 도시락 시장도 경쟁을 통해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종원은 `애처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아내는 15살 연하의 배우 소유진이다.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정`이죠. 아내는 안정을 주는 사람이에요. 밥 챙겨주고 이런 게 아니라 말 한마디로도 안정을 주는 사람요. 지금 셋째를 임신해서 내년 2월에 출산 예정이라 제가 왕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웃음)” 사업도 안정되고, 방송 출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썼다. 백종원은 `다음 목표는 뭐냐`는 물음에 “딱히 그런 건 없다”고 싱겁게 답했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호랑이를 그리려다 실패하면 고양이라도 그려라`예요. 너무 큰 그림을 그려놓고 따라 하면 실망하게 되기 마련이죠. 저는 당장 즐거운 걸 하면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돈과 다른 것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