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조선시대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반관(反觀)이라는 풍조가 유행하였다. 반관은 반관내성 또는 반관내조를 가리키는 단어로 즉 돌이켜 보고 안으로 살핀다는 뜻으로 유가에서는 사물을 대하는 수양법에, 불가에서는 좌선하는 방법에 쓰는 말이다. 속박과 규범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반관의 뜻을 구실로 삼아 외모 수식하는 것을 가식이라고 지탄하고 마침내 기본적인 예의범절까지 무시하면서 멋대로 행동하는 일이 많았다.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먼저 외모부터 수습해야 비로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라고 교훈을 내리고 있다. 이 내용은 다산 선생이 강진의 유배지에서 생활할 때 유배지로 20세를 갓 넘긴 장남 학연이 찾아왔는데 아들은 옷깃도 잘 여미지 않았고 앉을 때도 무릎을 잘 꿇지 못하는 등 외모나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하고 엄숙한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유달리 크게 염려하여 일깨워준 글이다.

다산은 자신도 한때 이 병에 걸렸었다고 털어놓고 그 못된 병통이 아들에게 옮겨간 것이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이는 성인의 가르침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성인의 가르침이란 `논어, 태백`에서 증자가 `도를 행하는 데 있어 귀중히 여겨야 할 것이 세 가지이니, 용모를 움직일 때는 거칠고 태만한 태도를 멀리할 것이요, 안색을 바르게 할 때는 진실에 가깝게 할 것이며, 말을 할 때는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멀리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가리킨다.

다산은 `세상에 벌렁 드러눕고 삐딱한 자세로 서고 허튼소리를 하고 시선을 어지러이 두면서 엄정하게 마음을 보존할 수 있는 자는 없다`라고 거듭 경계한다. 그리고 아들들의 서재에 `삼사재`라 이름을 붙이도록 하였으니 삼사(三斯)는 바로 증자가 말한 세 가지 교훈을 일컬은 것이다. 조선 중기 학자인 정개청(1529~1590)도 `학문하는 자는 마음을 바르게 하고 몸을 닦는 것이 제일 우선인데 그 요점은 의관을 바르게 하고 안색을 반듯하게 하는 것보다 절실함이 없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복과 관대 등을 항상 깨끗이 하고 매우 단정히 하였다고 한다. 외면을 제어하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함양하기 위한 것이다. 마음이란 것은 순식간에 황당하고 허탄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을 잡아 안정시키려면 우선 외모를 견제하라는 것이 선인들의 한결같은 가르침인 것이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의 세계는 대체로 두 길로 나뉜다. 하나는 공부나 시험처럼 부모나 교사 같은 기성세대가 짜놓은 세계와 다른 하나는 기성세대와 자신들을 구분 짓는 그들만의 세계이다. 전자는 결국 공부만 잘 하여 서울에 있는 특정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고 후자는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책은 뒤적이지만 뒤로는 그들만의 유행과 언어를 쓰면서 청소년 시절의 문화를 일궈낸다.

이 시기는 일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완전하고 사회적 반항심이 강한 시절이다. 자아형성에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는 시기이므로 인생에서 매우 소중하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한 대중매체가 왜곡되거나 잘못된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제시하였을 때 가치관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강조하는 올바른 가치와 대립되는 그릇된 것들을 청소년들에게 내면화시킴으로 건전한 인성발달 및 가치관에 많은 장애를 주기 때문이다.

시대를 달리해도 청소년 시기는 상처도 많이 받고 주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남을 배려하는 엄정함이 있어야 한다.

11·15 포항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끝나면 한국 특유의 입시지옥에서 억눌려왔던 수험생들이 시험후 풀어진 감정을 분출할 때 환경조건 여하에 따라 인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기에 어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