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 선

껍질 속에서 밥 먹고 껍질을 쓴 채 여자를 만나고

껍질 안에서 사랑을 하는 것들의

몸은 가버린

빈 껍데기의 쓸쓸함을 밟으면서

(….)

딱딱한 얼굴 가죽 밖으로는 나오지 못한

네 몸 속의 미소를 떠올린다

잇몸까지 왔지만 침묵이 된

네 생각 속의 수많은 말들을 어루만진다

무창포 바닷가에서 빈 껍데기의 고동 껍질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사람의 일들에 가 닿아 있음을 본다. 껍질 같은 굴레와 구속의 현실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고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부질없는 집착과 소유에 갇혀 자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들, 수많은 말을 집어삼키며 살아가는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 아닐까. 자기가 뒤집어 쓰고 있는 쓸쓸한 껍질들을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