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화·백강훈 도·시의원 등
대피소 곳곳 돌며 이재민 위로
집단생활 불편함 등 애로 청취
부족한 현장 상황 매뉴얼화도

`아는 안면은 무시할 수 없다`

포항 지진이 시민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자 이재민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은 일주일째 뜬눈으로 밤낮을 보내다시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섞여 별다른 표시는 나지 않지만 지진에 놀라 신경이 예민해진 이재민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이 눈길을 끈다.

한창화 경북도의원 등 지역 선량들은 흥해체육관에서 거의 24시간 생활하면서 이재민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행정당국인 포항시 공무원들이 피해조사 등에 나서느라 인력이 부족해진 틈도 메우고 있다.

한 의원과 백강훈 포항시의원 등은 안내방송 등 질서유지와 외부인사 맞이, 언론보도 협조 등 대피소 내 곳곳에서 분주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매일 보다시피해온 동네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면서 이재민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동네 아저씨같은 차림의 한 의원은 “우리가 사이에 끼여 있으니 행정관청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흥분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좁은 환경에 다소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체육관 안팎으로 봉사자와 이재민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22일 오후 흥해체육관에 텐트가 설치되었을 때 “대피중에 텐트에 걸려 넘어지면 어쩌느냐”며 일부 이재민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 흥분한 이재민들을 다독인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이재민들은 집단생활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재민들끼리 서로 끼니를 챙기는가 하면 속내도 털어놓는다. 이럴때 한 의원 등이 한 자리 거들며 분위기를 파악한다. 질서유지를 위해 출입증을 매달고 이재민 위주로 차량을 통제하는 것 등은 한 의원 등 지역 선량들이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한 의원은 “초기에 TV 설치 등 요구 사항을 최대한 들어주었다”면서 “매일 저녁에는 부족한 점을 논의해 보완하는 등 현장 일들을 매뉴얼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단위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되는 깔끔한 텐트가 설치된 것도 이재민들과 이들의 대화에서 얻어낸 아이디어다.

이재민들이 신원확인 가능한 명찰을 달면서 `짝퉁 이재민`들도 자취를 감췄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소리를 듣고 이재민이 아니면서도 흥해체육관에 머물며 구호품과 지원금을 노리는 사람들을 실랑이끝에 모두 내보냈다. 자신이 이재민인 한 의원은 “이번 위기를 잘 수습하고 극복해서 흥해지역이 재난 앞에 단합과 화합하는 모범 사례로 기록됐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을 맺었다.

/전재용기자

    전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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