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찾은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
대피소서 주민들 위로·성금 전달

▲ 설정 스님이 최근 지진 대피소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지진 피해 주민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한 뒤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연합뉴스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첫 대외활동으로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포항을 찾았다. 설정 스님은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하루 뒤인 16일 오후 피해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설정 스님은 이어지는 여진에 대한 두려움에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위로하고, “포항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지원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항 지진이 시작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는 당시 1천여 명의 피해주민이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었다. 갑자기 바뀐 환경 탓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채며 밤을 보낸 사람들은 설정 스님이 주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서 위로를 느꼈다고 한다.

지진 피해주민들 앞에서 설정 스님은 “급작스런 자연 재앙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진심의 위로를 전한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일수록 용기를 가지고 모두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격려했다. 또, “여러분의 뒤에는 정부와 국민이 있으니 절망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위로의 말도 전했다.

이날 설정 스님의 방문에 위안을 얻은 사람들은 “불안 속에서 눈물을 글썽이곤 했는데, 스님이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자리를 함께 한 이강덕 포항시장 역시 “실의에 빠린 피해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흥해실내체육관을 나와서는 현장으로 파견된 조계종 긴급구호단 단원들과 만났다. 여기서도 설정 스님은 “남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은 여럿이 나눠 극복해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피해주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일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지진 발생 직후 긴급구호 매뉴얼에 따라 현지 사찰 및 재단 산하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피해 상황을 조사한 후 조계종 긴급구호단 선발대를 파견했다. 긴급구호단은 지원 부스를 설치하고,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피해주민들에게 생활필수품을 나눠주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이날 설정 스님은 보경사를 방문해 전통사찰 피해 현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김종진 문화재청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보경사는 이번 지진으로 적광전 당골막과 석축 면석이 탈락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한편, 포항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간 설정 스님은 18일 오전엔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법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주제로 법문을 했다.

이날 법문에서 “심전경작(心田耕作)이라 했다. 마음 밭을 잘 갈아야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 인간관계도 잘 할 수 있고, 건강도 지키게 된다”고 말한 설정 스님은 “심전경작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 바른 마음, 자비심, 세심한 마음 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설정 스님은 “마음을 바꾸는 순간 생활이 넓어지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인격은 지식과 관계가 없다. 지식이 있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더 중요하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음을 지녀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조언을 법회 참석자들에게 들려줬다.

/홍성식기자

    홍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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