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했다.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은 1980년대 아웅산테러, 대한항공 폭파 등으로 북한의 만행이 극에 달했을 때 이루어져 지난 2008년 북한이 영변 냉각탑 해체 쇼를 벌여 테러지원국 해지를 받은 이후 9년 만의 재 지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권국으로 재지정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과 미국인 대학생으로 북한 여행도중 불법적으로 체포된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거론했다.

하지만 재 지정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북 특사가 방북에서 돌아온 후 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특사의 방북이 협상실패라는 추정을 쉽게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다른 채널로도 대화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건 이번 테러지원국 재 지정에서 느낄 수 있다.

사실 북핵 국면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한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암흑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조만간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작년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도 최근 미국 방문에서 제한적 북한 타격조차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혀 북한문제는 시계 제로의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의 사실상 이러한 결사적인 자세는 그래도 중국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말로는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핵개발이라고 하지만 김일성으로 시작된 김씨 일가의 독재를 지키기 위해 국민을 억압하고 핵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은 절대적인 존재이다.

6·25 한국전쟁에서 중국은 북한을 위해 싸웠고 미국, 한국의 연합군과 전쟁을 한 나라이다. 그들 표현을 들자면 소위 `조미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매년 승리를 자축할 정도로 중국은 북한 편에 있다.

그러한 중국을 이웃하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한국의 현실은 참담할 정도로 힘들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4만여 명의 미군의 희생을 치르면서 한국의 함락을 막아준 나라이며 경제, 정치, 군사 면에서 한국에 가장 중요한 우방국이다.

지금도 3만명 가까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은 언제나 미국과의 면밀한 상의와 통제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 못한 것을 한 예로 보더라도 체육은 물론, 국제외교, 정치, 그리고 핵개발 등 기술개발도 미국과의 상의와 통제하에 진행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북한 우호 정책이 계속되는 한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사실 한국과 중국은 외교·경제적으로 최근 20년간 매우 가까워진 것도 사실이다. 사드 배치로 악화되었던 한중관계가 최근 다시 풀리는 것도 이러한 한중관계의 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궁극적으로 한국과 북한을 등거리 외교를 통해 조정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 미국과 중국. 이 두 나라와 함께 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은 어쨌든 같이 가야 할 나라들이다.

이 두 나라는 세계의 2대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모든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서로 무시할 수 없는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여전히 한국은 미국과의 강한 동맹을 토대로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정치적인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지만 헤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독일 통일을 보면서 기대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