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
부패 낙인 전경련도 해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

포항지진 발생 이후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지진피해 성금이 100억 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사회공헌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시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일주일째인 21일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 기업, 사회단체, 개인 등 1만5천893곳에서 100억 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이 가운데 53억 원은 성금을 내겠다고 약정한 상태다.

포스코 기부 15억 제외하면
기업성금 아직 30억 밑돌아
지진피해 주택 보상금 등
국고·융자론 턱없이 부족
기업 사회공헌 절실한 때

전국 기업과 기관·단체, 운동선수,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힘을 보태면서 포항지진 이재민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 때 삼성과 SK, 현대, LG 등이 앞 다퉈 성금 모금에 참여한데 비하면 상대적인 열기가 낮다는 평가다.

포항지진 발생 일주일째를 맞아 대기업으로는 포스코 15억 원이 유일하고 이를 포함한 기업성금이 40억 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두산그룹 30억원, 현대자동차그룹 100억원, 삼성그룹은 150억원, LG그룹 70억원, SK그룹 80억원, 한진그룹 30억 원을 각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세월호 피해 지원 성금으로 전달했다.

재난 구호 성금에서 일반 모금액을 무시할 수 없지만, 총금액으로는 기업 성금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또 이렇게 모인 성금 대부분이 지진 피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성금 모금이 절실하다. 현행 지진 피해로 파손된 주택 보상금은 최대 900만 원에 불과하고, 주택이 완파·전파됐을 때 지원금은 국고(30%), 융자(60%), 자부담(10%)을 포함한 3천만 원이 최대 지원 금액이다.

이는 15년 전에 정비된 규정이라 보상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재민들의 부담이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기업들의 성금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성금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대기업들의 사회공헌의식에 대한 불만과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각이다.

하지만 기업들에게도 사정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업성금의 경우 자체적인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역할과 연결짓는 시각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경유착 등 비리의 온상으로 몰린 전경련이 척결대상으로 꼽혀 사실상 해체됐기 때문이다. 또 전경련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삼성이 탈퇴하면서 재해 관련 성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주도적인 기업이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계속해서 대기업 길들이기 발언을 이어가면서 기업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물밑 대화 채널 가동도 어려운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이재민들에게는 엉뚱한 악영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전경련은 대기업들의 자금을 모으는 창구 기능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조 원 규모 기부금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워킹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101개 어린이집을 지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재계 주변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영어의 몸이 돼 있는 상태에서 포항지진 성금 등 큰 돈을 집행하는 결정에 삼성내에서 누가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삼성 관계자는 “포항지진과 같은 사회 위기에 삼성이 나서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개별기업의 의사결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근 수뇌부를 개편한 삼성의 구호성금 창구는 삼성사회봉사단(사장 이인용)으로 알려졌다.

신현수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현재까지 지역 기업들이 성금 행력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참여는 전무하다”며 “앞으로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지진 관련기사 2·3·4·5·6면>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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