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조건만 갖추면
저렴한 일반강재 사용 선호
정부 차원 강제조항 만들어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 해야

경주, 포항강진 이후 건축물 내진설계에 내진강재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2층 또는 200㎡ 이상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 법으로는 내진강재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건설사들은 건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의 조건만 갖추면 내진강재 대신 일반강재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건축주들이 비싼 내진강재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강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의 규모5.8과 지난 15일 포항의 규모5.4 강진 발생으로 포항 북구지역의 건축물 피해가 잇따르자 모든 건축물 설계에 내진강재 적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주지진 이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는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H빔·철근·강판 등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국내 최초로 내진용 철강재 전문 브랜드 `H-코어`를 출범하는 등 내진강재 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2010년 내진철근 SD400S, SD500S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내진설계에 대한 KS 인증을 취득해 진도 6.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철근생산 기술까지 확보해 놓은 상태다.

포스코는 1995년부터 SN 강재개발을 상용화했다.

TMCP강, HSA강, 내지진강관 등 강구조 건축물에 사용되는 내진강재들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TMCP강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산 킨텍스 등에 적용됐고, SN강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고양체육관 등에 사용돼 이미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철강업체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진강재 사용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국내 건축물에 사용된 내진 H형강의 비율은 21%에 그치고 있다. 4%에 불과했던 지난 2012년에 비하면 증가추세에 있으나 전체 건축물 적용률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건축물 내진설계 시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를 법으로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역시 법적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비싼 내진강재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강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건축업자 최모(56·포항시 북구 두호동)씨는 “정부가 내진설계시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를 아직 법제화하지 않아 건축주들이 이를 기피하는 것 같다”면서 “이번 포항지진을 계기로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내진강재 사용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진강재는 일반강재에 비해 제조공정상 압연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원가가 높고 가격 또한 비싼 편이어서 건축주들이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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