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아들` 이동국 선수
시상식 일정도 뿌리치고
고향 찾아 성금 5천만원 전달
“힘든 시기 잘 극복했으면…”

▲ 포항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포항출신 축구선수인 이동국이 이강덕 포항시장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제가 태어나고 자란 포항시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38·전북현대)이 규모 5.4의 강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포항시민들을 위해 지진피해 돕기에 나섰다.

20일 오후 포항시청 3층 지진피해 성금접수처를 찾은 이동국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지진피해 사랑나눔 성금 5천만 원을 전달했다.

포항에서 태어난 이동국은 포항제철동초등학교, 포항제철중학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를 거쳐 1998년 연고 팀인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해 2006년까지 활약했다.

이동국은 이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성남 일화를 거쳐 2009년부터 전북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K리그 최초로 200골을 달성했다.

올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 30경기에 출전해 10골, 5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은 이날 포항시청을 찾아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알아보니 포항에서 큰 지진이 났다고 했다”며 “가장 먼저 포항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 전화를 드렸는데 갑작스러운 통신망 장애로 전화가 되지 않아 더욱 걱정이 많이 됐다”고 지진 발생 당일을 회상했다. 이어 “지진이 발생한 날 곧바로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러지 못했다”며 “포항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 지인들을 통해서 현지 소식을 전해들었고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동국은 지진 당일 고향을 찾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같은날 중요한 일정을 뿌리치고 한달음에 포항을 찾았다.

서울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시상식`에서 특별상과 베스트포토상을 수상할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고향을 찾은 것이다.

이동국은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19일 수원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곧바로 포항방문 일정을 잡게 됐다”며 “(오늘 전달한 성금이)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지진피해가 복구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끝으로 “지진발생 당시 전주에 있던 저도 깜짝 놀랐는데 포항시민들이 얼마나 무서운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보다 많은 분들께서 지진피해에 관심을 가지셔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포항시민들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한편, 포항출신 축구 국가대표 황희찬(21·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지난 17일 포항지진 피해자를 위한 성금 3천만 원을 부친을 통해 전달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