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구조적 손상 심해 결정
재학생들 빠르면 27일부터
달전초·흥해남산초서 수업
학부모·졸업생 `대혼란`

▲ 20일 오전 시설폐쇄에 들어간 흥해초등학교에서 작업자들이 본관 주변으로 펜스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지진으로 심한 손상을 입은 전통의 흥해초등학교가 결국 폐쇄의 길을 걷게됐다.

흥해초 재학생들은 이르면 27일부터 인근 달전초와 흥해남산초로 분산돼 수업을 받게 된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교육부 민간합동점검반과 경상북도교육청 지원반은 지진발생 하루 뒤인 지난 16일부터 포항지역 학교 시설물의 피해 복구를 위해 현장에서 현황조사와 안전점검을 시행해왔다. 이 가운데 흥해초는 본관의 구조적 손상이 심해 붕괴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커 시설 전체에 대한 폐쇄조치가 지난 18일 결정됐다. 현재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지지대 보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흥해초등학교는 지난 2월 104회 졸업식을 가졌을 정도로 흥해지역에서 오랜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20일 기준 휴업에 들어간 포항시내 학교는 초등학교 13곳과 중학교 4곳 총 17곳이다. 이 중 시설 보완 등 안전확보를 위한 임시 휴업이 아닌 시설 전체가 폐쇄된 곳은 흥해초가 유일하다.

흥해초등학교의 폐쇄 소식을 전해 들은 학부모와 졸업생 등 지역주민들은 안타까운 목소리를 쏟아냈다.

흥해초 72회 졸업생 정현옥씨는 “흥해초등학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로, 이번 역경을 딛고 일어서 전국 최고의 학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폐쇄 이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학교 이전이나 통폐합 등이 절대로 발생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졸업생 정미경(49·여)씨는 “지진이 흥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는데, 여기에다 모교의 추억마저 앗아가버렸다”며 “어떻게든 옛 모습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힘들고 슬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흥해초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리리(49·여)씨는 “흥해초등학교에 4학년, 5학년 두 명의 자녀를 보내고 있다”며 “지진으로 학교까지 잃어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니 착잡한 기분만 들고,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더 고생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시설폐쇄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흥해초등학교의 더 나은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용주(65) 흥해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은 “지진이라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로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흥해초교가 재건축을 통해 부족한 교실 수도 늘리는 등 더욱 나은 조건으로 재탄생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청에서도 재건축이나 이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흥해초는 1~2개월 걸리는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간 단계로, 진단이 끝나봐야 보수를 할지 재건축을 할지 결정이 난다”며 “흥해초의 이전이나 통폐합과 관련해서도 이는 전혀 계획에 없으며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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