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가 희

숨 차도록 고래불 쉼터에 오르면

저 편 검푸른 심해 위

바다새 하나

거부할 수 없는 금강송 향에 취해

며칠째 배회 하는가

울창한 숲 골짜기 마다

지친 일상 내려놓는 평화

가지마다 출렁이는 도란도란 이야기꽃

천사아이들 웃음소리

햇살 길섶

소담하게 핀 하늘나리꽃 한 송이

불현듯 푸른 향기로 다가오시는 어머니

불어오는 초록 녹음 마시며

내장까지 시원하다시던 울산댁

하얀 모시적삼 단아하게 옷고름 여미며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

시인은 영덕 칠보산에 오르며 검푸른 물결로 와 닿는 고래불 해변이며, 울울창창한 춘양목이며, 햇살 길섶의 하늘나리꽃을 눈에 가슴 속에 퍼담고 있음을 본다. 그 푸른 향기 속에 불현듯 다가오시는 어머니를 만난다. 하얀 모시적삼 단아하게 여민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환영으로 만난 것이다. 그리움이 깊으면 불현듯 선명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가만히 젖어드는 시인의 눈시울이 보이는듯하다.

<시인>